“이게 무슨 추태인가. 전국에 공중파로 생중계되는 한국시리즈에서”. 2007 프로야구 챔피언을 가리는 한국시리즈에서 빈볼 시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인천 문학구장 2차전에서는 두산 김동주와 SK 채병룡 간 빈볼 시비로 양팀 선수단이 그라운드에서 일촉즉발의 대치상황을 연출한 데 이어 25일 잠실구장 3차전에서는 결국 한바탕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SK 김재현이 두산 이혜천의 몸쪽 공에 시비가 붙으면서 양팀 선수단이 뛰쳐나와 밀쳐대고 주먹을 날리기도 했다. 흥분한 일부 선수는 계속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가을 축제의 장’이 과열되면서 ‘아수라장’이 돼가고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강한 집착과 시즌 때부터 쌓인 양팀의 묵은 감정이 폭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 에이스 리오스의 투구 폼을 둘러싼 양팀 벤치간 감정싸움이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지고 1차전 때는 프런트간에 ‘몰카논란’까지 빚어지면서 양팀의 대립은 극에 달했다. 결국 이런 쌓인 감정들이 2차전과 3차전 빈볼시비로 폭발한 것이다. 두산으로서는 3차전까지 7개의 몸에 맞는 볼이 나왔고 특히 베테랑 타자들이 피해자가 되면서 더욱 흥분했다. 2차전서는 안경현이 볼에 맞아 오른 엄지 골절상을 당하기도 했다. 그 탓에 두산 선수들은 몸쪽 공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SK로서는 ‘빈볼을 던질 상황이 전혀 아닌데 두산이 오버해 보복한다’며 맞서 3차전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SK도 흥분하기는 마찬가지로 그라운드를 ‘싸움판’으로 만들고 있다. SK로서는 빈볼을 던질 상황이 아니었다고 항변하지만 오해받을 만한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3차전서 결국 이혜천이 퇴장을 당하는 등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양팀 벤치에서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3차전 후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였는데 그건 더 이상 보여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기대를 많이 했던 팬들한테 '최고의 축제' 한국시리즈서 이런 경기를 보여줬는데 미팅서 선수들에게 주의를 줄 것이다. 스포츠가 깨끗해야 하는데 팬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서 죄송하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선수단 미팅에서 “흥분하지 말고 자제하라”고 주문했다. 가해자쪽인 김성근 SK 감독은 3차전 시작 전부터 “양팀 선수들이 너무 흥분한다”며 선수들의 자제를 당부했다. 빈볼 시비에 대해서는 “보는 사람이 판단할 수 있다. 서로가 어느 정도 흥분 상태에 있지 않은가 싶다. 어느 쪽이 잘 했고 잘못했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오버가 심해서 그렇다. 상대를 흥분시키는 동작이 너무 많이 나온다"고 우려했다. 우승에 강한 집념을 보이는 양팀 선수단은 빈볼 시비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태세이지만 야구계 전체를 생각해야할 시점이다. 연일 빈볼 시비를 벌이는 추태가 연출된다면 모처럼 다시 불붙은 야구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더욱이 축제의 장으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한국시리즈를 지켜보는 팬들 특히 어린이 팬들에게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3차전 중계를 맡았던 한 해설위원은 “TV로 생중계되는 마당에 무슨 추태인가. 이러면 곤란하다”고 걱정하며 양 팀 선수들이 페어플레이를 펼쳐줄 것을 당부했다. 한국 야구에서는 그래도 ‘동업자 정신’이 좋아 볼썽사나운 빈볼 시비가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보다는 잦은 편이 아니었다. 한 다리만 건너면 선후배로 잘 아는 사이에서 선수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빈볼을 던지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 프로야구 중흥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대전제를 모두가 잘 인식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마당에 1년 농사를 마무리하는 축제의 장인 한국시리즈에서 연일 빈볼 시비를 벌이는 것은 ‘공멸의 길’로 갈 수도 있음을 선수들은 인식해야 한다. 양팀 벤치가 남은 경기에서는 ‘페어 플레이로 승부를 가리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한국시리즈를 주관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양팀 선수단과 구단에 ‘엄중 경고’를 줘야 한다. KBO가 앞장서서 눈앞의 우승에 집착하기 보다는 야구계 전체를 보고 페어 플레이를 펼치라는 주문을 해야 할 시점이다. sun@osen.co.kr 잇달아 연출된 한국시리즈 2차전(위)과 3차전 빈볼 시비 몸싸움 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