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김경문 양 감독의 미디어데이 신경전, 1차전의 몰카 논란, 2차전의 위협구 시비, 3차전을 앞두고 잠실구장을 빌려달다는 SK의 요청 묵살, 3차전 직전의 응원석 앰프 소음 대결, 3차전의 집단 몸싸움...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이러다 한국시리즈가 무사히 끝날지조차 아슬아슬한 지경이다. 정규시즌부터 곪았던 양 팀의 감정이 감독부터 시작해 프런트와 선수단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날 선 말이 서로 오가더니 이젠 몸끼리 부닥치고 있다. 공과 스파이크가 상대 선수를 겨냥해 날아들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는 '살얼음시리즈'다.
한국시리즈는 매년 있었는데 왜 유독 올 시즌만 이렇게 살벌한 시리즈가 돼 버렸을까? 높은 보수와 공인이란 사회적 신분을 인정받는 감독, 선수, 프런트가 품위를 내팽겨치고 진흙탕 싸움을 불사하는 이유는 무얼까?.
가장 큰 이유는 SK와 두산 양 팀이 '너무 멋진' 정규시즌을 보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SK는 창단 첫 정규시즌 1위를 해냈고, 최강기간 1위를 지켰다. 흥행도 스포테인먼트 출범과 함께 홈 관중 65만 명을 넘는 경이적 상승을 일궈냈다. 데이터상으로도 SK는 가장 완벽한 팀으로서 '토털 베이스볼'이란 신조어를 파생시켰다.
이에 맞서 두산은 5월 초 꼴찌에서 6월 중순 1위로 올라서는 기적을 눈 앞에 보여줬다. 4월 무렵만 해도 시즌을 접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는데 37일 만에 1위로 점프한 것이었다. 해마다 전문가들을 무색케하는 최저비용 최고효율의 야구'로 한국판 머니볼을 실현하고 있는 두산은 에이스 리오스를 앞세워 치열한 2위 전쟁의 승자가 됐고,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포스트시즌 5연승을 이뤘다. 이러니 SK와 두산은 그 어느 해보다 한국시리즈에서 화룡점정을 하고픈 욕구가 클 수 밖에 없다. 또 갈수록 우승이 어려워지는 현실이 두 팀에게 '올 시즌 아니면 기약없다'는 절박함을 부채질하고 있다.
또 하나 이유는 걸려있는 '판돈'의 크기가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3차전까지 포스트시즌 누적 입장수입은 22억 3884만 7000원이다. 잠실구장 만원일 경우 4억 7800만 원 이상이 들어오니 5차전까지만 가더라도 30억 원은 무난히 돌파한다. 한국시리즈가 9차전까지 펼쳐졌던 2004년의 포스트시즌 수입(31억 여 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 중 1위팀이 50%를 가져가고, 2위팀은 25%로 수입이 반토막난다. 여기다 우승을 하면 그룹 차원에서 특별 보너스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마지막으로 집단 몸싸움과 대립각이 가져다주는 직접적 효과를 간과할 수 없다. 상대팀의 심리적 평상심을 흐트러릴 수 있고, 우리 팀은 내부적 결속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2차전 김동주의 도발이 두산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면 3차전에선 SK 김재현이 그런 효과를 유발했다. 한국시리즈 같은 단기전이자 큰 승부는 기 싸움이란 무형적 요소가 흐름을 크게 좌우하는 점을 양 팀의 베테랑 선수들은 몸으로 터득하고 있는 셈이다.
양 팀은 마치 올 시즌 아니면 한국시리즈에 다시는 못 나올 것 같이 이전투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과열양상으로 치닫는 한국시리즈가 흥미를 끌곤 있지만 이러다 몸이 재산인 선수들이 부상 없이 시리즈를 끝낼 수 있을지, 그리고 양 구단의 감정의 골이 어떻게 봉합될지 우려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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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데이 기자회견서 김경문-김성근 감독의 내랭한 분위기(위)-2차전서 김동주가 채병룡의 투구에 맞는 장면(가운데)-3차전서 이호준과 리오스가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