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국시리즈는 모든 선수들이 뛰고 싶은 꿈의 무대다.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왼쪽 무릎을 다치며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결장한 두산 유격수 이대수는 2차전에 기어이 선발출장, 6회초 결승 2타점 적시타와 놀라운 수비로 맹활약하며 부상 투혼을 발휘했다. 경기 후 이대수는 말했다. “재밌고 즐겁게 경기했다.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렇게 큰 경기에 뛰어보겠나”고. 한국시리즈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플레이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듯했다. 비단 이대수뿐만이 아니었다. SK 포수 박경완도 1차전에서 파울 타구가 손을 강타한 데다 홈으로 달려오는 주자와 충돌까지 했다. 경기 후 병원 검진결과 고관절 부위에 충격이 있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2차전 당일까지도 절뚝거리는 걸음이었지만, 진통제 주사를 맞고 다시 2차전에서도 선발 출장했다. 박경완이야 과거 현대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두 차례나 한 경험이 있지만, 최고의 무대는 뛰면 뛸수록 더 뛰고 싶은 마약과도 같은 무대였다. 그러나 지난 25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3차전은 이 같은 스포츠정신에 위배되는 꼴사나운 장면들이 연출되고 말았다. 페넌트레이스부터 한국시리즈까지 감독과 프런트 그리고 선수들까지 심각하게 날세웠던 대립각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눈에 뻔한 빈볼이 날아들고 발로 글러브를 걷어찼으며 선수단끼리 뒤엉키는 추태가 벌어졌다. 빗속에도 불구하고 우산을 쓰고 우비를 입은 채 한국시리즈를 보러온 관중들은 물론 신성한 야구에 대한 예의도 아니었다. 물론 야구에서 위협구와 기싸움은 필요악이다. 한 순간 분위기가 한 경기를 넘어 한 시리즈 전체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야구만의 차별화된 특성이다. 한국시리즈라는 최후의 무대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어 최후의 포효를 하고픈 선수단의 마음은 당사자가 아니면 정말 모를 일이다. 승부욕이 남다를 수 밖에 없고, 평소 때보다 액션도 크게 취할 수밖에 없다. 한국시리즈라는 무대에서는 용인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러나 도를 넘어선 기싸움과 페어플레이를 망각한 모습은 야구팬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더욱이 그들이 한국시리즈에 선택받은 자들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실망은 더하다. 결국 초심으로 돌아가는 방법밖에 없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언제나 팬들을 위한 야구를 공언했다. 한국시리즈 3차전을 두고 “감독 4년째 최악의 경기”라고 명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SK 김성근 감독도 다르지 않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김 감독은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즐기는 야구를 하겠다”고 했다. 이어 “즐기는 야구를 하다보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성근 감독의 말대로 한국시리즈의 축제의 장이며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남은 한국시리즈의 향방도 어느 팀이 더 즐기는 마음으로 팬들과 야구에 대한 예의를 지켜가며 플레이하느냐에 갈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