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향방의 물줄기를 바꾼 호투였다. 26일 잠실구장서 벌어진 4차전은 한국시리즈의 진로를 결정짓는 경기였다. 두산이 잡으면 3승1패로 사실상 우승의 기틀을 잡는다. 반면 SK가 이기면 2패 후 2연승, 상승세를 타게 돼 남은 경기에서 기세상 유리하다. 그 접점에서 두산의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35)와 SK 고졸신인 김광현(19)이 만났다.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이었다. 1차전 완봉승을 이끈 리오스의 승리를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시즌 고작 3승에 그친 김광현은 지더라도 본전이었다. 하지만 대이변이 벌어졌다. 한국시리즈 첫 선발 등판에 나선 19살짜리 김광현의 완전한 승리였다. 7⅓이닝 동안 단 1안타(2볼넷)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삼진은 무려 9개나 뺏어냈다. 반면 '골리앗' 리오스는 5이닝 동안 9안타를 맞고 강판당했다. 김광현은 두산 타자를 상대로 6회 1사 후 이종욱에게 우전안타를 맞을 때까지 노히트노런의 눈부신 역투를 거듭했다. 매 이닝 삼진을 잡아냈다. 초반부터 공격적인 피칭으로 최고 151km짜리 직구를 거침없이 쏘아댔다. 이닝과 투구수가 더해져도 구위는 변함이 없었다. 싱싱한 힘이 느껴지는 볼이었다. 두산 타자들은 방망이 3자루가 부러질 정도로 김광현의 힘에 압도당했다. 잠실구장 3만 관중의 함성에도 떨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도 함께 보여주었다. 8회 최준석을 2루 플라이로 처리하고 내려갈 때 두산 전광판의 안타수는 그대로 1, 득점은 0이었다. 최근 들어 볼이 좋았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두산 타자를 제압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사실상 김광현은 김성근 감독의 버리는 카드였다. 승산이 없는 리오스를 피하고 5~6차전에서 레이번과 채병룡을 앞세워 승부를 걸고 7차전까지 가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사석이 상대의 대마를 잡는 치명적인 수가 됐다. 김광현의 나이는 만 19세 3개월 4일. 아깝게 한국시리즈 최연소 승리투수(김수경 19세 2개월 10일) 기록을 세우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이 19살짜리 투수는 1~2차전 연패로 SK의 사그라들던 첫 우승의 꿈을 힘차게 부활시켰다. 2연패 후 2연승으로 승부는 원점. SK는 기세를 몰아 더욱 세차게 두산을 몰아붙일 것으로 보인다. 김성근 감독은 자신의 계산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 더욱이 두산이 자랑하던 '인조인간' 리오스까지 꺾어버린 최대의 전리품도 함께 챙겼다. SK에게 김광현의 역투는 실로 강렬한 희망을 가져다준 구원의 빛이었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