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경기로 말 많았던 계약금 5억 원의 가치를 다 했다. 아울러 "곧 있으면 용병 한 명 올 것"이라던 김성근 SK 감독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고 증명했다. SK 좌완 루키 김광현(19)은 정규시즌서 3승(7패)밖에 올리지 못했다. 그런데 이 3승 중 2승이 KIA 에이스 윤석민과 한화 베테랑 우완 정민철과 선발 맞대결에서 거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승리와 연이 닿지 못한 등판에서도 그는 유독 리오스 등 특급 에이스와 맞붙으면 깜짝 역투를 선보이곤 했다. 김광현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3.62로 마쳤는데 5월 말 1군에서 탈락할 당시 수치가 5점대였음을 고려할 때, 후반기 급피치를 올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1군 탈락 때만 해도 '먹튀' 우려를 샀던 김광현이 일약 한국시리즈 4차전 선발로 낙점된 배경엔 이런 실적 개선이 뒷받침됐다. 그리고 SK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지고 등판한 한국시리즈 26일 잠실구장의 4차전에서 김광현은 7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이란 믿기지 않는 담력을 드러냈다. 특히 삼진은 무려 9개를 뽑아냈다. 6회 원아웃에서 이종욱에게 유일한 안타를 맞기까지 2볼넷만 내주며 노히트노런 피칭을 해냈다. 특히 김광현은 충분한 휴식과 철저한 준비를 증명하는 광속구로 두산 타선을 윽박질렀다. 최고 구속 151km를 비롯해 90구가 넘어간 상태에서도 148km를 잠실구장 전광판에 찍었다. SK 타선이 5이닝 3득점으로 난공불락으로만 여겨지던 리오스를 격침시켰지만 이때까지 버텨낸 김광현이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포수 박경완과의 호흡도 이상적이었다. 총 105구를 투구(스트라이크는 66구)한 김광현은 7회 원아웃 후 조웅천에게 마운드를 물려줬다. 3루측 SK 응원단은 일제히 기립박수로 괴물 신인의 재림을 환영했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