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이닝 3실점패' 리오스도 '지구인'이었다
OSEN 기자
발행 2007.10.26 21: 24

[OSEN=잠실, 이상학 객원기자] 그도 외계인은 아니었다. 두산이 자랑하는 ‘철의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35)가 드디어 무너졌다. 리오스는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선발 등판했으나 5이닝 3실점이라는 평범한 성적과 함께 패전투수가 됐다. 투구수는 86개로 지난 1차전에서 9이닝 동안 기록한 99개와 비교하면 많은 편이었다. 무엇보다 두산으로서는 ‘승리의 보증수표’였던 리오스를 내고도 패했다는 점, SK로서는 사석작전이라는 마음으로 임한 경기에서 리오스를 잡았다는 점이 향후 한국시리즈에서도 적잖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실 이날 리오스의 등판은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지난 22일 1차전에서 투구수는 99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완봉승한 뒤 불과 사흘 쉬고 다시 선발 등판했기 때문이었다. SK 이진영은 경기 전 리오스의 공에 대해 “직구가 힘이 있는데 (채)병룡이처럼 140km대에서 힘 있는 것이 아니라 150km 가까이 나오면서 힘 있는 공이라 직구인 것을 제대로 알고 쳐도 힘들다”고 말했다. 리오스의 가장 큰 장점으로 막강한 구위를 지목한 것이었다. 그런데 사흘만 쉬고 나오니 구위가 최고조일 때와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위기는 1회초부터 찾아왔다. 2사 후 SK 3번 김재현에게 우중월 2루타를 허용하자마자 4번 이호준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으며 선취점을 헌납했다. 페넌트레이스 때부터 이어온 SK전 무실점 행진이 44⅔이닝, 포스트시즌 무실점 행진도 17⅔이닝에서 마감되는 순간이었다. 리오스는 3회초에만 삼자범퇴로 처리했을 뿐 매회 주자를 내보내는 등 리오스답지 않게 곡예를 타는 듯한 불안한 피칭을 거듭했다. 득점권 상황을 자주 맞다보니 삼진을 잡는 피칭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자연스레 투구수도 늘어났다. 결정적인 치명타는 5회초였다. 5회초 정근우를 삼진 처리했지만 2번 조동화에게 4구째 144km 직구를 뿌리다 예기치 못한 우월 솔로 홈런을 맞았다. 낮은 코스로 제구된 공이었지만, 조동화가 너무 잘 받아친 타구였다. 의외의 타자에게 홈런을 맞고 심적으로 흔들린 리오스는 후속타자 김재현에게도 투스트라이크라는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고도 3구째 133km 슬라이더가 몸쪽 높게 제구돼 홈런을 맞고 말았다. 명백한 실투였고, 이는 리오스를 무너뜨린 카운터펀치가 됐다. 이날 리오스는 5이닝 동안 무려 9피안타를 기록했다. 24명의 타자를 상대로 무려 22차례나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낼 정도로 적극적인 피칭은 여전했지만, 오히려 적극적으로 달려든 SK 타자들에게 말려들었다. 탈삼진이 5개로 많았으나 포스트시즌에서는 삼진 보다는 철저하게 범타를 유도하는 피칭을 하던 리오스에게는 결과적으로 독이었다. 또한 이날 리오스의 최고구속은 147km였지만 145km 이상 강속구는 12개밖에 없었다. 막강한 구위가 사라지자 리오스도 더 이상 외계인이 아닌 평범한 지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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