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김재현에게 딱 들어맞는 속담이다. SK 와이번스가 문학 홈구장에서 2연패하고 잠실구장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지만 팀을 회생시킨 결정적인 몫을 해낸 것이 바로 김재현이었다. 들쭉날쭉한 출장으로 우울한 시즌을 보냈던 그였지만 정작 한국시리즈 들어 김재현은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 25일 3차전에서 1회 두산 선발 김명제를 두들겨 결승점이 된 선제 적시 2루타를 날렸던 김재현은 26일 4차전에서도 1회 2루타를 치고나가 이호준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결승 득점을 올렸다. 3, 4차전 거푸 경기 초장부터 김재현의 장타가 터지며 SK는 승기를 잡았고, 나아가 리그 흐름의 주도권마저 쥐게 됐다. 3, 4차전 연속 3번 타자 겸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김재현은 특히 2-0으로 앞서가던 4차전 5회 조동화에 이어 리오스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버리는 백투백 솔로홈런을 우측 담장 너머로 날려보내는 수훈을 세웠다. 김재현은 1차전 3타수 1안타, 3차전 5타수 2안타 1타점, 4차전 5타수 2안타 1타점 등 3게임에서 13타수 5안타, 3할8푼5리의 고감도 타격 솜씨를 보이고 있다. 예민한 성격의 김재현은 3차전을 끝내고 좀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원체 예민한 성격인 데다 3차전에서 이혜천의 빈볼이 자신을 향해 날아든 것에 촉발된 양팀간 그라운드 대치 사태로 인해 더욱 신경이 곤두섰기 때문이다. 김재현은 “어제(3차전) 경기를 마친 후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 5시반께야 겨우 잠이 들어 9시반에 깼다”면서 “잠이 안와 리오스 투구 공략법에 대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반복했다”고 털어놓았다. “볼카운트가 투스트라이크였기 때문에 오로지 때려낼 생각만 했는데 마침 슬라이더가 들어오길래 가볍게 쳤는데 홈런이 됐다”고 홈런 순간을 설명했다. 김재현은 “리오스는 워낙 좋은 투수다. 어차피 리오스를 깨야만 우승할 수 있다. 시즌 때는 집중하기 어려웠지만 한국시리즈 들어서는 집중력이 배가 됐다”면서 “내일(27일 5차전) 낮게임인데 어제처럼 잠을 못잘까봐 걱정된다”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덕아웃을 빠져나갔다. chuam@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