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과연 2004년의 재판인가. 보스턴 레드삭스의 우승 가능성이 높아진 올해 월드시리즈는 정확히 3년 전인 2004년을 연상케 하는 흐름으로 진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보스턴은 홈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첫 2경기를 내리 승리해 우승의 7부 능선을 넘었다.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LA 에인절스를 3경기 만에 제압한 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선 1승3패 뒤 3연승을 거뒀다. 현재 5연승 중인 보스턴은 이제 남은 5경기에서 2승만 추가하면 3년만의 정상 등극이 가능진다. 2004년에도 보스턴의 행보는 올해와 흡사했다. 디비전시리즈를 3연승으로 가뿐히 통과한 것도, 상대가 에인절스였던 것도 똑같다. 다만 그 때 에인절스는 LA가 아닌 애너하임을 지역 명으로 사용했을 뿐이다. 당시에도 보스턴은 ALCS에서 힘든 상황을 겪었다. 숙적 뉴욕 양키스에 첫 3경기를 내리 내줘 망연자실했으나 기적같은 4연승으로 월드시리즈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두려울 것이 없었던 보스턴은 내셔널리그 챔피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마저 4연승으로 잡고, '밤비노의 저주'를 풀 수 있었다. 막판 8연승으로 차지한 우승이었다. 보스턴이 당시 상대한 세인트루이스는 17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오른 팀이었다. 탄탄한 전력을 바탕으로 밀리지 않는 경기가 예상됐지만 뚜껑을 연 결과는 허무한 4연패였다. 올해 최고의 '신데렐라 팀'으로 부상한 콜로라도는 1995년 창단 후 13년 만에 폴클래식에 진출했다. 포스트시즌 7연승으로 거센 돌풍을 몰았지만 보스턴은 개의치 않고 안방 2연승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패배 없이 2승을 추가할 경우 보스턴은 2004년과 마찬가지로 7연승으로 올 한 해를 마감하게 된다. 2004년에 비해 현재 보스턴 멤버 구성은 많이 달라졌다. 1차전 선발이던 팀 웨이크필드는 월드시리즈 로스터에서 탈락했고, '매사추세츠의 영웅'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우승의 감격이 사라지기도 전에 뉴욕 메츠로 이적했다. 4차전 승리투수였던 데릭 로는 올해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주축 멤버는 여전히 남아 있다. 2차전 승리투수였던 커트 실링은 꿋꿋이 보스턴을 지킨 결과 올해에도 시리즈 2차전에서 승리를 따냈고,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한 매니 라미레스도 여전히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빅파피' 데이빗 오르티스의 타격감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현재 보스턴 선수단 가운데 2004년 우승 멤버는 이들과 함께 중간계투 마이크 팀린, 포수 제이슨 배리텍 등 6명 뿐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이후 시간의 편차를 두고 보스턴을 떠났다. 테오 엡스틴 단장 역시 2005년 일신상의 이유로 팀을 떠났으나 1년 뒤 복귀했다. 그의 부재 기간 중 팀을 지휘한 빌 라조이 전 구단 이사는 올해 보스턴 성공의 요인이 된 중요한 작업을 오프 시즌 동안 마무리했다. 플로리다에서 유망주 핸리 라미레스와 아니발 산체스를 내주고 조시 베켓과 3루수 마이크 로웰을 확보했다. 베켓은 '마르티네스의 후계자'로 자리를 굳혔고, 로웰 역시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내내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며 팀의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우승 멤버'에 연연해 하지 않은 냉정한 상황판단과 재빠른 세대교체 작업이 올 시즌 성공의 밑바탕이 된 셈이다. 2004년 세계 야구팬들은 과연 베이브 루스의 저주가 86년만에 깨질 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영광이 같은 수순으로 재현될 에 또 다시 팬들의 눈길이 모아진다. workhorse@osen.c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