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맞아?. 김성근 SK 감독은 한국시리즈 들어 딴 사람이 된 것 같다. 전황에 관계없이 언제나 여유만만이다. 팀 역대 최다승(73승)을 올렸던 페넌트레이스서 쓰던 방식을 한국시리즈란 큰 승부에서 스스로 벗어던졌다. 가장 큰 변화는 승부를 달관한 듯한 의연함이다. 야구에 죽고 산다는 김성근 감독이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곤 "져도 괜찮다"란 말을 했다. 꼭 이겨야 했을 2차전까지 역전패했는데도 김 감독은 미소지었다. "보스턴 못봤냐?"고 했다. "한국시리즈는 4번을 이겨야 된다"란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여지껏 1,2차전을 연패한 팀의 우승 사례가 전무했는데도 그랬다. 시리즈의 분수령으로 작용한 4차전에 김광현을 등판시킨 것도 세간의 허를 찔렀다. 리오스가 등판한 두산에게 이 4차전을 내줬다면 1승 3패로 몰렸을 대위기였지만 김 감독은 "급하면 돌아가야"라고 말했다. 설령 졌더라도 5차전 레이번, 6차전 채병룡, 7차전 로마노로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 져도 웃고, 이겨도 웃는 김 감독의 평상심은 SK 선수단에 고스란히 파급됐다. 보스가 흔들리지 않으니 선수들도 조급, 불안해하지 않고, 결국 2연패 후 2연승이란 대반격의 모멘텀을 손에 쥐었다. 또 하나 김 감독은 정규시즌 써 먹었던 '매직 타순'을 한국시리즈에선 사실상 버렸다. 대신 김재현, 박재홍, 정경배, 이호준 등 베테랑을 '묻지마 기용'하고 있다. 4차전 리오스 상대로 우타자 이호준-박재홍을 중심타순에 포진시킨 것은 김 감독이 데이터보다 베테랑의 경험에 맡기는 야구를 하고 있다는 직접적 증거였다. 그동안 어울리지 않았던 '김성근'과 '믿음 야구'가 한국시리즈 들어 조합되고 있다. 끝으로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가 단기전인데 오히려 '혹사'를 피해가고 있다. "3일 로테이션을 해보려 했는데 우리 투수들이 다 쓰러질 것 같더라"란 말로 선발 3인방 레이번-채병룡-로마노의 4일 간격 등판을 보장했다. 이 때문에 4차전은 김광현 대 리오스란 객관적 데이터상 절대열세인 매치업이 됐지만 김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4차전 깜짝 승리 후에도 김 감독은 "승리를 떠나 SK에 큰 투수 하나 탄생했다"라고 언급, SK의 미래까지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발가락이 부러져도 경기에 나서야 한다"던 김 감독이 '혼의 야구' 대신 '배려의 야구'로 한국시리즈 들어 변모한 것이다. '간절할수록 집착하지 않는' 김 감독이 한국시리즈 첫 우승의 비원을 대역전극으로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