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달라졌네". 김상진 SK 투수코치는 27일 잠실구장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취재진에 둘러싸인 좌완 루키 김광현(19)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김광현은 지난 26일 두산과의 4차전에 전격 선발 등판, SK를 구출하는 7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로 두산 에이스 리오스를 격침시켰다. 아울러 탈삼진 9개로 류현진(한화)을 제치고 역대 한국시리즈 신인 1경기 최다 탈삼진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김광현은 취재진을 보자마자 "어제 이기고 난 다음엔 정신이 없어서 할 말을 다 못했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어갈지조차 몰랐는데 김성근 감독님이 믿고 선발까지 내보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승리하고 나서도 감독님과 부모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어딘가 풀이 죽은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고, 큰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이 목소리나 어조에 잔뜩 묻어났다. 김광현은 "1회를 넘어가니까 떨리지 않았다. 즐긴다는 기분으로 던졌다. 그러다 보니 의도하지도 않은 삼진도 많이 잡았다"라고 돌이켜봤다. 특히 김광현은 2군에 있었을 때 선배 투수 최상덕이 들려준 "던질 때는 우리 팀 공격조차 보지 말아라. 점수가 어떻든 우리팀 수비가 어떻게 하든 신경쓰지 말고 오직 던지는 데만 집중하라"는 충고를 한국시리즈서 되새겼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회가 주어지면 당연히 또 던지고 싶다. 불펜이든 선발이든 상관없다. 오늘은 덕아웃에서 힘껏 소리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SK 팀 선배들은 26일 밤 숙소 사우나에서 벗은 상태로 김광현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감격을 나눴다고 한다. 신영철 SK 사장 역시 "광현이가 너무 잘 던져서 기분이 좋아 어젯밤 두 번이나 경기를 돌려봤다. 오늘 아침에 또 보고 나왔다"라며 대견스러워했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