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번-랜들, 빛나는 '선발투수전'
OSEN 기자
발행 2007.10.27 17: 57

[OSEN=잠실, 이상학 객원기자] 승패를 떠나 빛나는 선발 맞대결이었다.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로 등판, 외국인 맞대결을 벌인 케니 레이번(SK)과 맷 랜들(두산)이 빛나는 투수전을 벌이며 한국시리즈를 달궜다. 레이번과 랜들은 나란히 6이닝씩 소화하며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봉쇄, 5차전 투수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앞장섰다. 지난 22일 문학 1차전 이후 4일을 쉬고 선발등판한 레이번은 시종일관 힘있는 직구로 정면승부를 펼쳤다. 이날 정확히 100개의 공을 던진 레이번은 72개가 직구였다. 최고구속은 149km. 특유의 몸쪽 승부도 서슴지 않았다. 두산 타자들이 몸을 뒤로 피해야 할 정도로 깊숙한 코스로 몸쪽 승부를 펼쳤다. 비록 볼넷이 6개나 있었지만, 아웃카운트 18개를 탈삼진(3개)과 땅볼(10개)로 처리하는 등 힘있는 승부가 주효했다. 6이닝 3피안타 6볼넷 3탈삼진 무실점. 김성근 감독도 경기 후 "레이번이 잘 버텨줬다"고 칭찬했다. 랜들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 23일 문학 2차전 이후 불과 3일만 휴식을 취한 채 마운드에 오른 랜들은 6회까지 무려 123개의 공을 던졌고 그 중 직구가 42개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정면승부를 펼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 그리고 기타로 표시된 제4의 구종까지 다양한 공을 던지며 SK 타자들을 현혹했다. 구위가 좋지 않은 만큼 변화구를 바탕으로 한 우회승부를 벌인 것이 먹혀들었다. 6이닝 5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 김성근 감독도 "리오스보다 랜들을 더 걱정했다. 전력투구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3일 쉬고 나와도 무리가 없었다. 결국 6회까지 끌려다녔다"며 랜들의 피칭을 높이 평가했다. 나란히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SK의 극적인 3연승으로 두 외국인 투수의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말았다. 레이번이 SK 승리의 중요한 초석을 다진 것과 대조적으로 랜들은 호투에도 불구하고 팀 패배를 덕아웃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사실상 올해 마지막 선발등판이 된 레이번과 랜들에게는 기쁨과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는 5차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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