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35)이 없었더라면 이 기적이 가능했을까?. 한국시리즈서 5차전 승리로 2연패 후 3연승이란 대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한 김성근 SK 감독은 박경완을 잊지 않고 있었다. "역시 큰 경기를 많이 해 본 선수답다"란 한마디뿐이었지만 여기에 모든 메시지가 함축돼 있었다. 사실 박경완은 1차전 도중 부상을 입어 걷기조차 힘든 지경이었다. 오죽하면 김 감독이 1차전 중간에 빼려고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박경완 스스로가 출장을 자원했고, 5차전까지 풀타임으로 SK의 안방을 사수하고 있다. 터지지 않는 방망이와 연패란 결과 탓에 2차전까지만 해도 '두산 포수 채상병에게 밀린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3차전부터 박경완은 대한민국 최고 포수의 실력을 똑똑히 보여줬다. 3~5차전 SK 투수진은 27이닝을 단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시리즈 21이닝 연속 무실점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특히 4,5차전은 연속 4-0 셧아웃이었다. 로마노-김광현-레이번의 역투와 두산 타선의 체력 저하가 주된 요인이지만 그 뒤에 버티고 섰던 박경완의 존재를 간과할 수 없다. 시리즈의 최대 분수령이었던 4차전 환상투를 펼쳤던 루키 김광현의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경완 선배는 1회만 지나면 어떤 구질이 잘 듣는지 바로 간파한다. 그리고 2회부터 좋은 구종 위주로 주문하기에 편하게 던질 수 있다". SK 전력 분석팀의 위력이 극대화될 수 있는 것도 박경완의 존재가 있기에 가능했다. 박경완은 현란한 투수 리드로 두산 타선의 예봉을 꺾는 데 그치지 않고 갈수록 '어깨의 힘'까지 드러내고 있다. 3차전 이후 두산의 도루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고, 심지어 보내기 번트(5차전 4회 무사 1,2루)마저 박경완에게 걸리며 병살플레이로 연결됐다. 타격도 완연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SK 대반격 시리즈의 주역은 김광현과 해결사 김재현이었다. 그러나 그 판을 만들어놓은 조력자는 김성근 감독과 박경완이었다. 박철영 배터리코치의 평대로 박경완은 "강한 선수"이자 "SK에 없어선 안 될 선수"였다. sgoi@osen.co.kr 지난 27일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5차전 중 4회말 무사 1,2루에서 홍성흔의 번트를 홈 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잡은 SK 포수 박경완이 홍성흔은 미처 1루로 스타트도 하기 전에 3루에 송구, 병살 플레이를 성공시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