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TV에서 해외 영화들을 보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명화극장' 등 전통의 외화 프로들이 심야나 새벽 시간으로 쫓겨가다 끝내 폐지되는 아픔까지 겪고 있다. 1980년 첫 영화를 내보냈던 KBS '토요명화'는 28년여만에 이번 가을 개편을 끝으로 사라진다. 386 이전 세대는 지상파 TV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컸다. 매 주말 늦은 저녁 MBC '주말의 명화', 휴일 KBS '명화극장'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외화의 인기가 높았던 만큼 방송 편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고 따라붙는 CF도 많았다. 방송국 담당자들은 양질의 외화 확보를 위해 피같은 달러를 팍팍 썼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다. 요즘 TV 외화는 찬밥 대우로 전락한지 오래다. 편성 시간은 주말 휴일 심야로 밀려났다. 창사 몇주년 등 특별한 이벤트나 돼야 화제작을 틀어주는 등 방송국측 성의는 시들하다. 결국은 시청률이 문제였다. 시청자가 계속 줄다보니 계속 늦은 시간으로 밀려나고, 시청률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수십년을 고정 시간, 고정 오프닝 음악으로 아성을 굳히다가 1980년대 비디오 보급의 대중화에 이어 2000년대 케이블 방송의 득세로 치명타를 맞았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케이블 채널들은 개봉한 지 불과 몇개월이 안된 최신영화까지 하루종일 TV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여기에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면서 젊은 세대들은 동영상을 다운로드받아 컴퓨터로 영화를 즐기는 데 더 익숙해졌다. 지상파 TV의 영화 상영 프로들이 방황을 하게된 사연이다.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랄까. '심야 편성으로 밀려난 뒤에도 고정 시청자층은 늘 달고다니기 때문에 폐지하기도 어렵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mcgwire@osen.co.kr 27일 '토요극장'에서 방영된 '오페라의 유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