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울산 문수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K리그 준플레이오프 경기. 후반 25분 우성용에게 골을 허용해 1-1이 된 상황에서 포항은 바로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바로 이상호가 알미르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후 포항의 골문 안으로 치고 들어간 것. 하지만 포항으로서는 다행히도 이상호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큰 위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여전히 경기의 주도권은 울산이 쥐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울산에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넘겨줄 수도 있던 상황. 이런 절대 위기의 상황에서 포항을 살려낸 것은 '베테랑의 경험' 이었다. 바로 K리그 16년차인 김기동(35)이 그 주인공이었다. 후반 31분 공을 치고 하프라인을 넘은 김기동은 패스 방향을 찾고 있었다. 왼쪽에는 박원재가 사이드라인을 따라 들어가고 있었고 앞에는 조네스와 이광재, 따바레즈가 있었다. 이 상황에서 김기동은 상대 중앙 수비가 벌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몰고 들어가면서 처음에는 따바레즈에게 주는 척했어요. 그리고 조네스를 봤는데 상대 수비를 끌고 들어가더라고요. 순간 공간이 생겼고 (이)광재가 뒷공간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이 보여 패스를 찔러주었어요". 경기가 끝난 후 김기동이 밝힌 결승골 상황이었다. 1초도 채 안되는 그 순간을 '오랜 경험' 으로 포착한 김기동. 그는 이날 경기의 최대 수훈 선수였다. 이날 김기동은 황지수와 함께 중앙에 포진해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상대 역습을 잘라냈고 흔들리는 수비진을 진정시켰다. 기회가 나면 슈팅을 날렸고 2선에서 최전방으로 좋은 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갔다. 최고참 선수의 이런 솔선수범 덕분에 포항의 젊은 선수들은 한 발 뛰고 더 뛰면서 결국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울산 같은 경우는 우리가 강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자신이 있었어요. 또 울산이 프레싱을 안해올 것으로 생각해서 뛰면서 공격 루트를 찾은 것이 승리의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기동은 16년간 K리그 생활을 했지만 아직 리그 우승 경험이 없다. 2000년 대한화재컵 우승이 전부다. 따라서 이번 시즌 리그 우승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드러냈다. "5위로 올라와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한 것으로 목표는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어렵게 올라온만큼 플레이오프행으로 만족할 수는 없지요. 수원과의 경기에서도 승리해 탄천으로 갈겁니다". 이런 김기동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호화군단' 수원이다. 그가 허리에서 맞상대해야 하는 대상 역시 김남일, 백지훈, 이관우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다. 아무리 베테랑이지만 이런 선수들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할 것은 명약관화. 하지만 김기동은 예상 외로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축구가 이름값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요. 단기전에서는 정신력과 집중력입니다. 남은 기간 잘 쉬면서 체력을 회복하고 정신력과 집중력을 유지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리그 데뷔 16년 만에 우승의 길목 바로 직전까지 달려온 김기동. 과연 16년간의 기다림이 우승으로 보답받을 수 있을까.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