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왕과 나’ (유동윤 극본, 김재형 손재성 연출)에서 윤소화 역으로 출연 중인 구혜선(23)이 그 동안의 마음 고생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수원의 오픈세트와 경기도 일산의 SBS 제작센터를 바쁘게 오가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지난 주말, 세트 틈틈이 기자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구혜선을 힘 빠지게 만든 몇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왕과 나’에서의 미스 캐스팅 논란이고 또 하나는 우는 장면의 캡처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된 일이다. 둘 다 구혜선으로서는 꽤나 아픈(?) 경험이었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지금은 그 논란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 안정기에 접어 들었다는 방증이다. 시련기의 눈물이 멈추자 눈빛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드라마에 투입된 이후 몇 주 사이의 시간을 두고 구혜선은 스스로 “변했다”고 평했다. 그런데 그 변화는 이미 예정돼 있었던 것이고 한 단계씩 밟고 올라가는 성장과정이었다. “궁으로 들어가기 전 평범한 처자인 소화, 후궁으로 입궁하기는 했지만 고통을 받는 시기, 그리고 숙의가 되고 중전이 되는 단계에 따라 캐릭터를 준비하고 있었다. 신분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했기에 (만족스럽지 못한 점이 있더라도) 참고 기다렸다. 워낙 신분의 변화가 급하기 때문에 그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고 말했다.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도중에 캐스팅 논란이 터진 셈이다. 구혜선은 속으로 “기다리자. 곧 달라질 테니까 기다리자”는 말을 되풀이 하며 자신을 채찍질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는 장면을 캡처한 사진에 대해서는 “나도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 장면을 찍으면서 상당히 깊이 감정에 몰입했는데 그게 좀 어색하게 비친 모양이다. 나는 연기를 할 때 얼굴의 표정 변화가 큰 편이다. 현장 스태프로부터는 장점이라고 칭찬을 받았는데 화면에서는 자연스럽지 못했던 것 같다. 앞으로 미묘한 표정 변화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 작게 울고 작게 웃는다고나 할까. 계속 연구하겠다.” 이제까지 사극에서 악역으로만 그려졌던 폐비 윤씨에 대한 재해석에도 신경을 쓰고 있었다. 구혜선은 “내가 눈을 부라리고 사나운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은 ‘이제야 폐비 윤씨 답다’는 말을 하더라. 사람들은 특정 인물에 대해 선입관을 갖고 있는데 연기가 거기에 맞을 때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일일드라마 ‘열아홉 순정’을 할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나름대로 실제 연변 출신의 친구를 만나 연변 말을 실컷 연습하고 갔더니 제작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연변말 같지 않다는 이유였다. 결국 기껏 연습한 것을 버리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연변말로 바꿔 쓴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구혜선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선입관과 자신이 새롭게 만들어낼 폐비 윤씨의 모습을 놓고 갈등 중이라고 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느냐는 말에 구혜선은 “내가 보기보다는 강단이 있다. 현대극에 어울리는 마스크라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좋은 사극에 큰 비중으로 캐스팅 해준 분들을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겠다.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