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비룡이 승천했다. SK 와이번스가 비원의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처음으로 품에 안았다. 통산 900승을 올리면서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김성근(65) 감독도 첫 일인자의 희열을 맛봤다. SK는 2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07 삼성 PAVV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선발 채병룡의 호투와 정근우 김재현의 홈런포를 앞세워 5-2로 승리했다. 2연패 뒤 파죽의 4연승을 따낸 SK는 지난 2000년 창단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다. 4년 만에 현장에 복귀한 김성근 감독은 14시즌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김 감독은 초반 두산의 기세에 눌려 1,2차전을 내줬으나 3차전부터 히어로 김재현을 전면에 내세워 반격의 실마리를 찾은 뒤 파죽의 4연승으로 SK에게 우승컵을 안겨주었다. SK는 스포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한 첫 해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65만명의 관중을 동원, 성적과 흥행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SK 그룹 CI 교체작업 첫 해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2003년에 이어 두 번째 한국시리즈에 도전, V1을 달성하고 명문팀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통산 4번째 우승을 노렸던 두산은 1,2차전을 거푸 잡았지만 3~6차전에서 단 2점만 뽑은 타격 부진과 수비력에서 열세에 빠져 내리 4연패, 역대 3번째 준우승에 그쳤다. 두산은 1,2차전 2연승을 올리고도 우승에 실패하는 첫 번째 팀이 됐다. 김경문 감독은 개인적으로 지난 2005년에 이어 올해도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다. SK는 홈런포로 단숨에 승기를 틀어쥐었다. 0-1로 뒤진 3회말 1사후 최정이 중전안타로 포문을 열자 정근우가 두산 선발 임태훈을 상대로 볼카운트 2-1에서 몸쪽 슬라이더(125km)를 후려쳐 삼성 PAVV존을 훌쩍 넘기는 역전 투런아치를 그렸다. 2사후에는 한국시리즈 '해결사' 김재현이 144km짜리 한복판 직구를 통타, 우중월 솔로홈런을 뿜어내 문학구장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시즌 내내 후보 취급을 받았던 김재현은 3차전부터 3번 타자로 포진, 결정적인 순간 맹활약을 펼쳐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시리즈 통산 23타수8안타(.348) 2홈런 4타점 5득점을 올렸고 유효표 71표 가운데 65표를 얻는 압도적인 표차로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지난 94년 LG 입단 이후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자 첫 MVP를 거머쥐었다. SK는 선발 채병용은 6회 2사까지 5안타 2볼넷 1실점으로 호투, 우승의 디딤돌을 놓았다. SK는 6회 2사후 홍성흔에게 2루타를 맞자 조웅천을 투입, 우승 모드에 진입했다. 이후 가득염, 정대현을 차례로 투입해 두산타선을 2실점으로 막았다. SK는 8회말 2사2루에서 최정의 중전적시타와 이어진 2사1,2루에서 조동화의 중전 적시타로 2점을 추가, 두산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렸다. 배수진을 치고 나선 두산은 1회초 1사후 김현수가 중견수 앞 빗맞은 안타로 출루하자 2사후 전날까지 7푼7리로 부진했던 김동주가 왼쪽 담장 앞에 떨어지는 2루타로 선제점을 뽑았다. 두산은 이번 한국시리즈 22이닝 만의 득점이었다. 그러나 추가득점 찬스를 날린 게 아쉬웠다. 3회초 민병헌과 이종욱의 연속안타로 잡은 무사 1,2루에서 강공으로 밀어부쳤으나 김현수가 투수앞 병살타를 날렸고 김동주도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두산은 9회초 1점을 추격했으나 이미 대세가 기운 뒤였다. 한편 이날 6차전도 매진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4경기 연속 매진행진으로 이번 포스트시즌 총 27만5,911명의 관중이 입장, 역대 최고액인 36억3271만3000원의 수입을 올려 어느 해보다도 풍성한 가을잔치가 됐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