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끝내 정상에 오르다. 김성근(65) 감독이 마침내 한국시리즈 무관의 한을 풀었다. 그의 팀 SK 와이번스 역시 창단 8년 만에 비원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이룩했다. SK는 2007시즌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두산과 맞붙은 한국시리즈까지 2연패 후 4연승이란 역대 유례없는 대역전극을 이뤄내며 완벽한 우승을 완성시켰다. SK의 우승은 정규시즌의 '토털 베이스볼'과 한국시리즈의 '믿음의 야구'로 나누어 완결됐다. 김 감독은 지난해 10월 "지금까지의 성적은 전부 백지"란 취임 일성과 함께 제주 캠프-미야자키 캠프-고지 캠프-오키나와 캠프로 이어지는 대장정을 불사했다. 이름을 묻지않는 김성근식 용인술 속에서 김강민-박재상-조동화-박정권 그리고 최정이 핵심 전력으로 재탄생했다. 선수 전원의 무한경쟁을 유도한 김성근 SK는 오키나와 캠프 리그와 시범경기를 1위로 마친 데 이어 4월 시즌 스타트도 7연승과 함께 1위로 치고 나갔다. 이진영-이호준-채병룡이 부상 결장한 가운데 얻어낸 성과였다. 이어 5월 중순 승패차 10이란 고공비행을 열어가던 SK는 5월말~6월초 5연패를 당하며 1위 자리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6월부터 7월까지 창단 최다인 11연승의 경이적 연승 달성으로 1위를 재탈환하며 전반기를 1위로 끝냈다. 이후 SK는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으며 한국시리즈 직행을 달성했고, 두산과 만난 시리즈에서도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도 4승 2패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특히 2연패 후 4연승은 한국시리즈 사상 SK가 최초다. 대역전극의 바탕엔 정규시즌과 달리 김재현, 박재홍, 정경배, 가득염 등 베테랑을 적극 기용한 용병이 있었다. 특유의 매직타선을 스스로 버리고, 4연승 과정에서 타순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 그리고 김재현은 3,5차전 최고의 활약으로 김 감독의 기다림에 보답했다. 좌완 루키 김광현은 4차전 선발승리 단 한 판으로 5억 원 몸값을 다했다. 조웅천-가득염-정대현의 불펜진은 철벽처럼 군림했다. 포수 박경완은 최고 포수의 위용을 보여줬다. 레이번-로마노 용병들도 한국시리즈에선 팀과 하나가 됐다. 김성근 감독은 한국시리즈 내내 마음을 비운 사람처럼 보였다. 2연패를 당했을 때도 그는 미소를 지으며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선수를 믿었다. 그 결과 문학구장의 응원 플래카드 그대로 마침내 '야구의 신은 김성근에게 첫 번째 우승 반지를 허락했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