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패했지만 '기적의 야구' 보여줬다
OSEN 기자
발행 2007.10.29 21: 33

두산의 6년 주기 우승 꿈이 성사 일보 직전에서 좌절됐다. 그러나 '미러클 두산'이란 찬사에 부끄럽지 않은 아름다운 패배였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가 2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을 패배하며 종합 전적 2승 4패로 우승에 실패했다. 두산은 2연승 후 4연패를 당하는 한국시리즈 사상 최초의 대역전 패배로 1982년, 1995년, 2001년에 이은 V4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1,2차전 연승 때까지만 해도 역대 사례를 볼 때 두산의 우승 가능성은 100%로 보였다. 플레이오프부터 한화를 3연파한 두산은 기세에서도 SK를 압도하며 포스트시즌 사상 첫 7전 전승 우승도 가능할 파죽지세였다. 그러나 3차전 대패와 그 과정에서 벌어진 집단 몸싸움은 결과적으로 시리즈의 물줄기를 뒤바꿔 놓았다. 이어 4차전에서 두산의 절대 필승카드 리오스가 SK 좌완 루키 김광현에게 뚫리면서 승부의 추는 급격히 SK 쪽으로 기울었다. 잠실 홈이란 이점에도 3~5차전 두산의 득점은 단 1점이었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고영민-김동주-최준석-홍성흔의 중심타선의 방망이는 헛돌았다. 1,2차전을 지배했던 이종욱, 민병헌의 발도 묶였다. 2승 2패로 맞서던 운명의 5차전은 임태훈-이혜천의 불펜마저 무너지며 치명타를 맞았다. 리오스-랜들을 소진하고도 벼랑에 몰린 김 감독은 6차전 임태훈을 전격 선발 투입했지만 정근우-김재현의 홈런포 작렬에 역전패를 막아주지 못했다. 두산의 모 선수의 비유를 빌리면 "입 안까지 들어왔던 우승을 내준" 아픔을 당하고 만 셈이었다. 최저 비용팀의 최고 효율 우승이란 '한국판 머니볼'의 도전은 또 한 번 후일을 기약해야 했다. 그러나 4월까지만 해도 절망적 꼴찌였던 두산은 5월 초부터 기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반격을 일궈내며 6월 초 1위까지 점프했다. 이후에도 두산은 삼성, 한화를 제치고 2위를 쟁취했다. 1위 SK보다 단 3승 모자란 70승 시즌이었다. 에이스 리오스는 22승을 거두며 다승-평균자책점-승률 투수 3관왕을 달성했다. 임태훈은 최고 신인의 임팩트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4번타자 김동주는 대한민국 최고타자의 위용을 과시했다. 김현수-채상병-이승학이 발굴됐다. 이종욱-민병헌-고영민 30도루 트리오는 두산의 허슬 베이스볼의 최정점을 보여줬다. 랜들-이대수-홍성흔-김명제 등도 나름 제 몫을 해냈다. 이들과 함께 2007시즌 두산 베어스의 팬들은 행복했다.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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