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 풀렸다. 지긋지긋했던 한국시리즈 무관의 꼬리표도 뗐다. '비운의 감독' 김성근(65) SK 감독이 프로야구 사령탑 인생 14년 만에 한으로 남았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룩했다. 29일 밤 문학구장에 축포가 터지자 김성근 감독은 챔피언이 새겨진 우승모자와 티셔츠를 갈아입고 선수들의 샴페인 세례를 받으며 활짝 웃었다. 지난 1년 아니 자신의 야구인생의 정점이 된 하루를 그렇게 만끽했다. 김성근 감독은 첫 우승에 이르기까지 영원한 비주류였다. 일본 교토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재일동포 선수로 첫 고국땅을 밟은 김성근 감독은 한국의 실업팀에 투신한다. 그러나 그는 일본 출신의 야구인이라는 독특한 신분 때문에 힘겨운 한국생활을 했다. 프로도 가시밭길이었다. 투수조련의 대가로 평가받았으나 언제나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를 거치면서 단 한 번도 헹가래를 받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자신이 이끌던 팀은 모두 우승 전력이 아니었다. 어렵사리 2002년 LG를 이끌고 한국시리즈에 처음 진출했으나 6차전에서 이승엽과 마해영에게 홈런포를 얻어맞고 무릎을 꿇었다. '야구의 신'이라는 평가까지 들었으나 돌아온 것은 해고의 칼날이었다. 구단의 야구 색깔과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뒤집어쓰고 옷을 벗었다. 이후 4년 동안 와신상담 야인의 길을 걸었다. 신문사 해설위원,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 코치 생활을 거쳤지만 좀처럼 현장 복귀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스포테인먼트를 표방한 SK가 지난해 말 조범현 감독의 후임으로 그를 사령탑으로 임명했고 당당히 일선에 복귀했다. 곧바로 구단 개조 작업에 돌입한 김 감독은 토탈야구의 진수를 보이며 2007 정규리그에 돌풍을 일으켰고 마침내 1위로 한국시리즈에 선착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초반 2연패에 몰렸으나 특유의 수읽기와 돌파구를 마련, 4연승으로 두산을 잠재우고 구도 인천야구에 우승컵을 선사했다. 치밀한 데이터야구를 바탕으로 65살의 노옹이 펼치는 SK 야구는 결국 2007 시즌 한국프로야구를 석권했다. 마침내 김성근 야구가 비주류의 벽을 깨고 화려하게 꽃을 피운 것이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