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했어도 똑같았다. 29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 승리로 2연패 후 4연승이란 최초의 우승 신화를 쓴 김성근 SK 감독은 여전히 평온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는 "일단 휴식하고 싶다. 그러나 11월부터 코나미컵도 있고, 2군 훈련 스케줄도 있어서"란 말로 야구에 죽고 사는 사람이란 사실을 새삼 확인시켰다. -우승 소감은. ▲실감이 별로 안 난다. 4차전 끝나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급해진 것 빼고는 긴장되지 않았다. 4차전 승리 후 잠이 안 와 1시간 정도 뒤척였는데 그때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버리자고 결심했다. -한국시리즈 첫 우승이다. ▲LG(2002년) 때 한국시리즈에 한 번 올라간 것이 도움이 됐다. 그때 절대 무리수를 둬선 안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투수 운용도 순조롭게 가도록 했다. -SK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 성과는. ▲선수들이 시리즈를 통해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다. 팀이란 공동체 속에서 각자 할 일을 해냈다. -한국시리즈 징크스가 있었나. ▲사실 원정경기 때 입던 빨간색 유니폼 상의를 입고 있었다. 그래서 점퍼를 벗지 못했다. 홈에서 두산전 8연패 중이었기에 하얀색 홈 유니폼을 입지 않았다(웃음). -헹가래 받은 기분은. ▲(선수들이) 조금 밸런스 있게 들어 올려줘야 했는데(좌중 웃음).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에피소드가 있다면. ▲20일 연습 도중 화가 나서 도중에 집에 가버렸다. '이 따위로 하면 못 이긴다'고 했더니 22일 1차전부터 긴장감이 돌아왔다. 수원에서 15일부터 연습했는데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 상대 팀은 두산이라 상정하고 들어갔다. 그것이 성공했다. -두산전 승인은. ▲두산 타자들이 홈플레이트에 붙으니까 해결책은 몸쪽밖에 없다고 봤다. 실수로 몸에 맞는 볼이 나오기도 했지만 성공적이었다. 인코스로 높게 던지라고 내가 주문했다. 그래야 바깥쪽도 통하니까. 리오스가 1,4,7차전에 등판한다는 얘기를 듣고 승산이 있겠다 싶었다. -시즌 내내 부진하던 김재현이 한국시리즈 MVP가 됐다. ▲김재현은 시리즈에서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이번에 안 되면 옷 벗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훈련부터 그렇게 진지할 수 없었다. 지난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때에도 야구 인생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대타로 냈는데 안타를 쳤다. 그리고 오늘도 살아났다. 나랑 무슨 인연인지. 사람은 마지막까지 포기하며 안 된다는 것을 새삼 배웠다. -내년 시즌 목표는. ▲11월 3일부터 2군이 내년 캠프를 출발한다. 내년에는 2군까지 경쟁시켜서 선수층을 더 두텁게 만들 것이다. 고정 멤버는 나한테 무리다(웃음). -한국시리즈의 최대 고비는. ▲2차전 채병룡의 교체 타이밍이었다. 나 스스로 이런 식으로 야구하면 안 되겠구나 하고 정신차리게 됐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데이터를 머리 속에서 없애자고 마음 먹으니 3차전부터 내가 편해졌다. -코나미컵 계획은. ▲아직 생각 안 해봤다. 다만 바비 밸런타인 지바 롯데 감독이랑 도쿄돔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도쿄에서만 만나야 겠다(웃음). 이제 SK가 한국 대표이니까 책임이 무겁고 창피한 경기 되지 않도록 하겠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