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차전 패전투수' 임태훈, '독이 아니라 약'
OSEN 기자
발행 2007.10.29 23: 20

[OSEN=이상학 객원기자] 19살 어린 투수에게는 가혹한 형벌이었다. 두산 신인투수 임태훈(19)이 SK와의 한국시리즈 5·6차전에서 연이어 패전투수의 멍에를 썼다. 지난 27일 잠실 5차전에 선발 맷 랜들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했으나 8회초에만 집중 3안타에다 수비실책까지 겹치며 3실점, 구원패를 떠안은 임태훈은 불과 이틀 만인 29일 문학 6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했으나 양 팀 선발투수를 통틀어 한국시리즈에서 최초로 5이닝도 채우지 못하는 등 4⅔이닝 3실점으로 선발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한국시리즈 3경기서 2패1세이브에 방어율 5.59. 비록 5·6차전에서 패전투수의 불명예를 써야했지만 결코 불명예가 아니다. 19살짜리 고졸 신인투수가 데뷔 첫 해부터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 중용됐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23일 문학 2차전에서는 6회말 무사 1·2루의 위기서 3번째 투수로 구원등판,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기고 마지막 9회까지 4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으로 SK 타선을 철저하게 묶으며 한국시리즈 최연소 세이브(19세 25일)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두산 김경문 감독도 벼랑 끝으로 내몰리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게 임태훈이었다. 5차전에서 임태훈의 구원패로 2연승 후 3연패로 수세에 몰렸지만 이내 임태훈을 6차전 선발로 예고했다. 김 감독은 임태훈의 구원패보다는 수비 실책에 더 주목했고, 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로 이미 임태훈을 생각하고 있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단 한 경기도 선발로 등판한 경험이 없는 투수가 벼랑 끝으로 내몰린 가운데 생애 첫 프로무대 선발등판을 한국시리즈 6차전이라는 큰 무대에서 했다는 것이 더 의미가 컸다. 임태훈은 6차전에서 4⅔이닝 동안 93구를 던져 5피안타 1볼넷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3회말 정근우와 김재현에게 홈런 2방을 맞으며 3실점한 것이 치명타였다. 하지만 생애 첫 프로무대 선발등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변화구의 비율을 늘리고 구속의 가감과 완급의 조절을 통해 선발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비록 1995년 진필중의 기적을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한 시즌 내내 불펜으로만 뛰어온 19살 어린 투수에게는 애초부터 너무 큰 짐이었는지 모른다. 결과를 떠나 한국시리즈 2연패를 기록한 임태훈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두산팬들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페넌트레이스 64경기에서 101⅓이닝을 소화하며 7승3패20홀드를 기록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가장 어려울 때 씩씩하게 마운드에 오른 패기 당당한 투수로 기억되어야 마땅한 임태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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