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2007년 한국시리즈가 SK의 짜릿한 역전 우승, 두산의 아쉬운 준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SK는 문학 홈에서 열린 1·2차전에서 2연패를 당하며 암운을 드리웠으나 잠실 3·4·5차전을 독식하며 분위기 대반전에 성공, 문학 홈 6차전에서 축배를 들어올렸다. 한국시리즈 사상 첫 2연패 후 4연승. SK와 두산의 희비가 완전하게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통계와 확률을 근간으로 한 김성근 감독과 SK였기에 그간의 데이터를 뒤엎은 역전 우승은 더욱 의미가 컸다.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를 주요 기록들과 함께 되돌아본다. ▲ 팀 방어율 SK 마운드는 그야말로 철옹성이었다.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 SK의 팀 방어율은 1.83으로 역대 한국시리즈에서도 6번째로 낮은 수치였다. 선발진 방어율은 2.45였으며 불펜 방어율은 0.52였다. 특히 가득염-윤길현-조웅천-정대현 등이 주축이 된 불펜은 17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선발 등판한 케니 레이번-마이크 로마노-채병룡-김광현 모두 최소 5⅔이닝을 버텼다. 두산 마운드도 나쁘지는 않았다. 한국시리즈 평균자책점이 2.72밖에 되지 않았다. 선발(2.60)-불펜(2.95)이 균형을 이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SK 마운드가 더 강했다. 두산으로서는 다니엘 리오스를 내고도 김광현에 눌려 패한 4차전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전망이다. ▲ 팀 장타율 한국시리즈 같은 단기전에서는 큰 것 한 방이 중요하다. 큰 것 한 방은 비단 홈런뿐만 아니라 2루타나 3루타도 포함된다. SK는 안타 60개 중 무려 20개가 장타였다. 2루타가 13개, 3루타가 1개, 홈런이 6개였다. 한국시리즈 팀 장타율은 4할4푼3리.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김재현이 홈런 2개 포함 장타 5개를 친 것이 크게 작용했다. 2루타와 홈런을 각각 2개씩 때려내며 의외의 거포본능을 발휘한 ‘가을동화’ 조동화도 빼놓을 수 없다. 반면 두산은 안타 49개 중 장타가 9개에 불과했다. 장타율은 2할8푼4리. 부동의 4번 타자 김동주의 장타가 2루타 하나밖에 없었던 것이 치명타였다. 조동화처럼 '미치는' 선수가 없었던 것도 두산으로서는 아쉬웠다. ▲ 테이블세터 2차전까지만 하더라도 테이블세터 맞대결은 두산의 우위였다. 1차전에서 두산 이종욱이 5타수 2안타 2득점 2도루로 맹활약한 반면 SK 정근우는 2경기 연속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3차전부터 정근우가 살아난 데다 조동화마저 미치자 SK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3차전부터 이종욱과 김현수는 깊은 침묵에 빠졌다. 결국 한국시리즈 전체 성적에서 SK 정근우-조동화가 두산 이종욱-김현수를 압도했다. 테이블세터 타율(0.260-0.213)은 물론 출루율(0.339-0.288)에서도 격차를 보였다. 정근우와 조동화는 홈런도 3개나 합작했다. 반면 이종욱은 한국시리즈 타율 1할8푼5리에 그친 데다 볼넷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뼈아팠다. ▲ 득점권 타율 득점권 타율은 찬스에서 얼마나 집중력을 발휘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SK는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 득점권 타율이 2할8푼3리였다. 공교롭게도 페넌트레이스 때 득점권 타율과 같았다. 페넌트레이스에서 득점권 타율 1위에 오른 팀답게 집중력을 발휘했다. 1·2차전까지만 하더라도 득점권 타율이 ‘0’이었지만 이후 4경기에서는 3할6푼6리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두산은 찬스에서 좀처럼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 득점권 타율이 1할1푼4리밖에 되지 않았다. 득점권에서 7개의 볼넷을 얻어냈지만 확실한 한 방이 SK에 비해 부족했다. 물론 잔루는 SK가 45개로 두산(39개)보다 많았지만 그만큼 많이 출루한 덕이었다. ▲ 도루와 도루자 SK와 두산은 페넌트레이스에서 팀 도루 1·2위에 오른 팀들이었다. 당연히 발야구가 주목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한국시리즈가 시작된 초반에만 하더라도 절대 관건으로 떠오른 도루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뒷전으로 밀려났다. 포수들의 도루저지 때문이었다. 두산은 도루를 9번 시도했으나 4번이나 실패했다. 페넌트레이스 도루저지율 1위(0.376)였던 SK 포수 박경완의 한국시리즈 도루저지율은 4할4푼4리였다. 하지만 두산 포수 채상병도 만만치 않았다. SK 주자들을 8차례의 도루를 시도했으나 정확히 절반이나 채상병에 잡혔다. 1차전 이종욱, 3차전 정근우가 과감한 베이스러닝으로 주목받았으나 양팀의 견고한 수비라인에 더이상 이목을 끌지는 못했다. ▲ 희생번트·병살타·사구 김성근 감독은 올 한국시리즈에서 강공책을 많이 썼다. 1·2차전에서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3차전부터는 작전이 척척 맞아떨어졌다.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 희생번트는 2개에 불과했다. 3차전을 제외하면 모두 4점차 이내의 비교적 빡빡한 접전 경기였지만 희생번트보다는 강공으로 밀어붙였다. 물론 이 역시 희생번트시 득점 확률 30%라는 데이터에 근거한 결정이었다. 두산은 희생번트가 6개로 SK보다 많았지만 5·6차전 병살타 4개가 치명적이었다. 한편 한국시리즈 내내 뜨거운 감자로 달궈진 사구는 두산(7개)이 SK(1개)보다 월등히 많았다. SK 김성근 감독은 이를 두고 “투수들이 타자 몸쪽으로 공을 던지는 기술이 부족한 탓”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