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호준(31)은 8개 구단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입담꾼. 좌중을 휘어잡는 특유의 재치 넘치는 멘트는 개그맨도 울고 갈 정도. 한국시리즈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21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기자회견. 이호준은 두산의 1차전 선발인 다니엘 리오스(35)의 공략법을 찾았다며 MVP를 거머쥐겠다고 공언했다. 1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이호준은 2차전에서 1회 우월 투런 아치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잃어버린 타격감을 회복했다. 3차전에서 1안타를 때려내는데 그친 이호준은 4차전과 5차전에서 나란히 3안타를 뿜어내며 4번 타자의 위력을 과시했다. 29일 6차전이 열리기 전 문학구장 내 SK 라커룸에서 만난 이호준에게 "한국시리즈 MVP 욕심은 변함없냐"고 묻자 평소와 다른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MVP를 노린다는 것보다 우리 팀에서 MVP가 나오면 우승한다는 의미에서 그랬던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오늘은 이긴 뒤 수염을 깎고 싶다"던 이호준.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리는 22일부터 한 번도 면도를 하지 않았다. 대사를 앞두고 수염을 깎으면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일부러 놔둔 것. "(면도를) 안 한 지 오래 돼 찜찜하다"고 정상에 오르고 싶은 마음을 색다르게 표현했다. 이날 경기에서 SK는 1회 선취점을 허용했으나 3회 홈런 2방을 쏘아 올리며 단숨에 전세를 뒤집고 5-2로 승리, 창단 첫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MVP는 절친한 친구 김재현의 몫이 되었으나 우승반지를 거머쥔 그날 밤 이호준은 편안한 마음으로 거울을 보며 덥수룩한 수염을 자르지 않았을까. 콧노래를 부르며.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