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하니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힘들었던 거야?". 지난 2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 역전승(5-2)으로 SK 와이번스가 비원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확정지은 순간 SK 선수단과 프런트는 눈물 바다가 됐다. 서로를 얼싸안은 SK 사람들의 눈은 촉촉히 젖어있었다. 우승의 한(恨)을 풀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들이 떠올랐을 터이다. SK의 전력수급을 총괄하는 민경삼 운영본부장은 이미 3회 정근우의 역전 2점홈런에 이어 한국시리즈 MVP 김재현의 우중월 1점홈런이 터진 시점부터 눈물을 비쳤다. 곧바로 냉정을 되찾고 우승이 결정될 경우 프런트들이 해야 할 일들을 지시했지만 이미 뺨을 타고 흐른 눈물까지 감출 순 없었다. SK의 우승 확정 후에도 민 본부장은 그 누구보다 서럽게 울었다. 박재홍과 부둥켜안고, '남자의 눈물'을 흘린 민 본부장은 "감사합니다"라며 주변의 기자들까지도 포옹했다. 그는 "막상 하니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우승이 왜 이렇게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SK로 와서 힘들고 서러웠던 순간이 복받쳐 올라왔다"라고 회고했다. 이미 지난 1990년 LG서 선수로서 우승을 경험했던 민 본부장이지만 프런트로서 SK의 창단 첫 우승을 성사시킨 감정은 또다른 모양이었다. 그 눈물의 의미가 각별하게 다가오는 또 한 명의 프런트는 박철호 홍보팀장이었다. 프런트 생활 17년 동안 단 한 차례도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었던 그는 "한국시리즈 우승이 소원"이라고 토로한 적이 있는데 18년 만에 마침내 이뤄진 것이다. 이밖에 정봉규 SK 마케팅팀 차장, 송태일 구단 매니저 등도 눈물의 우승 세리머니로 주체할 수 없는 감격을 나타냈다. 선수단도 프런트와 마찬가지로 박재홍과 포수 박경완 등 고참급들이 오히려 눈물을 보였다. 우승 직후 방송 인터뷰에 응한 박경완은 눈에 고인 눈물을 굳이 닦지 않고, 인터뷰를 마쳤다. 최근 우승을 수 차례 경험한 삼성, 현대 구단의 세리머니와 사뭇 다른 정경이었다. 실제 프로 감독 생활 17년 만에 첫 우승을 이뤄낸 김성근 감독을 비롯해 이만수 수석코치, 이광길 코치 등도 첫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주장 김원형도 첫 우승이었고, MVP 김재현도 LG 시절이던 1994년 이후 13년 만의 우승이었다. 정규시즌 우승과 문학 홈 관중 65만 돌파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달성하며 SK의 2007시즌은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해피엔딩으로 막이 내려가는 순간, 주인공들은 울었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한맺힌 피눈물이 아니라 한을 씻어내는 통쾌한 눈물이었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