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음이 하늘까지 감동시켰을까?. SK 와이번스가 2연패 후 4연승이란 역대 전례가 없는 대역전극으로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이뤄내기까지 선수단과 프런트는 온갖 징크스로 '연승 기운'을 사수했다. 일단 징크스의 원조격인 김성근 SK 감독은 29일의 6차전 역전승(5-2)으로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에야 비밀을 두 개 털어놨다. 먼저 김 감독은 6차전이 홈인 문학구장에서 열렸는데도 유니폼 상의를 흰 색이 아니라 원정용인 빨간색으로 입고 나왔다고 '자진 신고'했다. 이유는 SK가 적지인 잠실에서 한국시리즈 3~5차전을 싹쓸이하는 등 두산과 붙을 때 유독 원정 성적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반면 흰 유니폼을 입고 뛴 문학 홈에서 SK는 한국시리즈 포함해 두산전 7연패 중이었다. 이에 김 감독은 붉은 색 원정용 상의를 일단 걸친 뒤, 점퍼를 입어 감쪽같이 감추는 테크닉을 발휘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한 것이다. 김 감독은 "(벗으면 징크스를 들키니까) 하루 종일 점퍼를 벗을 수가 없었어"라며 웃었다. 김 감독의 또 하나 우승 징크스는 부인의 야구장 출입 금지였다. 김 감독은 '가족에게 감사의 말이 있다면'이란 질문을 받자 난데없이 "야구장에 오지 말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어리둥절한 기자들을 향해 김 감독은 "집사람이 1,2차전을 보러 왔는데 졌다"고 그 '이유'를 들려줬다. 그리고 나서야 김 감독은 은은한 미소를 띠우며 언제나 응원해준 가족들에 대한 감사의 말을 덧붙였다. 참고로 김 감독은 우승 확정 직후, SK 전력분석팀에 몸담고 있는 친아들 김정준 과장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쌍방울 감독 시절부터 연승 시 속옷과 양말을 갈아입지 않는 등 김 감독은 유별났다. LG 감독 시절엔 하도 경기가 안 풀리자 전년도 유니폼을 입고 나온 적도 있다고 했다. 데이터 야구란 철두철미 합리주의자 김성근의 이면에 징크스 신봉자인 또다른 김성근이 자리한 것이다. 감독이 이러니 구단도 전염되는 것인지 프런트까지 덩달아 한 가지씩 시도했다. 박철호 홍보팀 팀장은 4연승 동안 상의를 한 번도 갈아입지 않았고, 최홍성 홍보팀 매니저는 음식 자국 묻은 바지를 그냥 입고 다녔다. 좌완 루키 김광현은 질 때까지 수염을 안 깎았다. 신영철 사장도 빠지지 않았다. 신 사장은 한국시리즈 1차전 직전부터 보스턴의 경기 결과를 묻더니 "빨간색 옷을 입어야겠다"고 했다. 그리고 신 사장이 SK의 붉은 점퍼를 입은 6차전 SK는 우승을 확정지었다. 공교롭게도 보스턴 역시 같은 날 월드시리즈 우승을 해냈다. 그러나 압권은 '승리의 에르메스'로 떠오른 최태원 그룹 회장의 현장 방문이었다. 최 회장은 한국시리즈 3,5,6차전을 직접 관전했는데 여기서 SK는 전승을 해내며 대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모 구단과 반대로 그룹 회장이 오면 반드시 이긴다는 기가 막힌 사례가 만들어진 것이다. 우승 확정 뒤 SK 선수단은 최 회장의 금일봉까지 받았다니 앞으로 절대로 깨서는 안될 전례가 됐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