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렁뚱땅을 국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슬쩍 엉너리를 부리어 얼김에 남을 속여 넘기는 모양'이라고 적혀있다. 엉너리는 또 '남의 환심을 사려고 어벌쩡하게 서두르는 짓'이란다. 그렇다면 KBS 2TV '얼렁뚱땅 흥신소'는 무엇일까? 31일 AGB닐슨 조사에 따르면 월화미니시리즈 '얼렁뚱땅 흥신소'는 전국 시청률 3.7%를 기록했다. 시청률을 먹고살아야할 드라마로서는 얼굴을 들기 힘든 수치다. 방송 시간대가 오후 9시57분으로 이른바 프라임 타임 언저리인 것도 변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날 같은 채널에서 새벽 0시 22분 방송된 '생방송 시사투나잇'이 4.4%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얼렁뚱땅'의 난감한 기분을 대략 감지할 수 있다. '얼렁뚱땅 흥신소'는 한마디로 만화같은 드라마다. 고종이 남긴 12개 보물 항아리를 찾아가는 코미디로 현실과 동떨어진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있다. 태권도장 사범 무열(이민기)을 비롯해 영매사 희경(예지원) 만화가게 사장 용수(류승수) 등 황당한 3총사가 주인공이다. 비어있는 흥신소 사무실에 있다가 한 부동산 재벌 상속녀 은재(이은성)의 사건 의뢰를 받는 이들 3총사. '빈 사무실에서 왜 수도세 전기세가 팍팍 나가나 했다'는 건물주인에게 들켜서 싹싹 비는 와중에 사건 해결에 나섰다. 고종의 보물을 눈치챈 조폭 민철(박희순)이 은재를 노리는 게 걸림돌이다. 지금까지 TV 미니시리즈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코미디 액션 어드벤처인 셈. 보물은 과연 있을까, 주인공이 어떻게 난관을 해쳐나갈까 식으로 시청자들에게 계속해서 의문부호를 찍어주며 틈틈이 웃음 코드를 던져주고 있다. 시청률 대박은 기대하기 어려울지언정 10%대를 유지하면서 '메리대구 공방전'이나 '경성스캔들'처럼 마니아들의 사랑을 기대할만 하다. 실제 시청자게시판에는 벌써부터 '얼렁뚱땅에 죽고 못살겠다'는 광팬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현실은 3%대, 이른바 애국가 시청률을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박하기 그지없다. 독특한 캐릭터와 기발한 스토리 텔링이 이어지지만 그 것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동장과 표정, 대사에서 재미를 느끼기에는 우리 시청자들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탓이 크다. 폭소가 터져야할 상황에서 피식 실소를 내고 말거나, 만화같은 설정 자체를 그냥 그대로 즐겨야할 상황에서 '뭐야 애들 만화같잖아' 점잔을 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분위기다. '사랑 이야기가 아닌 드라마를 하고 싶다. 주인공들의 삶의 목적이 오직 사랑뿐인 그런 이야기의 허허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제작진의 기획의도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안기려는 재미와 웃음에 대해 시청자들은 얼렁뚱땅 쉽게 넘어가려는 시도로 오해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