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반토막 타법' 전성시대 도래
OSEN 기자
발행 2007.10.31 10: 44

비웃어도 좋다.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 성공의 달콤함은 일순간의 창피함보다 훨씬 크다. 바야흐로 한국 프로야구에 '반토막 타법'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SK 와이번스가 창단 8년 만에 감격의 첫 우승을 차지한 2007 한국시리즈는 베테랑 좌타자 김재현(32)을 MVP로 탄생시키는 무대가 됐다. 왕년의 거포였으나 고관절 괴사증이라는 지병과 노쇠화로 고전하던 김재현은 홈런 2방을 날리는 등 전성기 못지 않는 날카로운 스윙을 과시하며 팀 우승에 일등공신이 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히 김재현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야구인들이 흔히 쓰는 표현인 '반토막 타법'으로 눈길을 끌었다. 2승2패로 팽팽하게 맞서 한국시리즈 우승의 향방이 걸려있던 5차전서 김재현은 짧게 잡은 방망이로 적시 3루타를 터트리는 기염을 토했다. 근년 들어 방망이를 짧게 잡고 경기에 나서는 김재현은 이날 타석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방망이를 짧게 쥐며 타격에 임했다. 그리고는 4번째 마지막 타석에서 생애 첫 포스트시즌 3루타를 때려낸 것이다. 경기 후 김재현은 "어떻게든 살아나가겠다는 생각에 점점 방망이가 짧아졌다. 몇 타석 더 들어갔으면 방망이 중간을 잡았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김재현의 변신이 아름답고 무죄가 되는 장면이었다. 사실 김재현은 전성기 때 방망이를 길게 쥐고도 특유의 빠른 배트 스피드로 한껏 홈런포를 자랑하던 장거리 타자였다. 하지만 장타도 중요하지만 출루를 더 많이 하기 위해 방망이 그립을 짧게 잡는 타자로 변신한 것이다. 김재현의 반토막 타법 성공에 자극받았는지 SK에는 방망이를 짧게 쥐고 타격에 나서는 타자들이 꽤 있다. 역시 베테랑으로 공수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포수 박경완은 물론 신예 타자 박재상 등이 그 부류다. 김재현에 앞서 '반타막 타법'으로 변신에 성공한 선수가 현대 노장 포수 김동수(39)다. 왕년의 거포에서 이제는 프로야구 최고령 타자인 김동수는 방망이를 짧게 움켜쥐고 녹슬지 않은 타격 솜씨를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 베테랑이다. 반토막 타법으로 일관한 올 시즌 김동수는 2할7푼8리의 타율에 4홈런 39타점으로 전성기 못지 않은 성적을 내고 있다. 주위에서는 "아예 방망이를 작은 걸로 주문해라"며 은근히 약을 올리기도 하지만 힘이 떨어지고 배트 스피드가 느려지는 시기에 접어든 이들 베테랑들에게 '반토막 타법'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인 것이다. 그리고 예전 못지 않은 실력으로 버텨내는 한 비결이 되고 있기에 변신은 무죄이고 아름답다. 한때는 방망이 밑둥을 손 안에 넣고 쥐는 그립으로 휘두르는 것이 멋있어 보였던 시절도 있었다. 국내 프로야구에 외국인 타자들이 들어오고 미국 메이저리그가 생중계되면서 빅리그 강타자들처럼 방망이를 최대한 길게 잡고 휘두르는 선수들이 나오기도 했다. 방망이를 길게 잡으면 당연히 원심력이 커지기에 장타력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힘이 떨어지면 구사할 수 없는 타법이기에 베테랑 타자들은 '단타 타법'으로 변신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선구안이 뛰어나고 맞추는 능력이 좋은 타자들은 '반토막 타법'으로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김동수와 김재현인 것이다.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해진 일본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대타 전문타자인 오미치 노리요시(38)도 방망이를 짧게 쥐고 타격에 임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도 한때는 올스타 출신의 장거리 타자였으나 출루율을 높이기 위해 '반토막 타법'으로 변신한 것이다. 잘나갈 때만 생각하고 변신을 못한 채 무대 뒤로 사라지는 베테랑들이 나오는 이 시기에 '반토막 타법'은 더욱 빛이 난다. sun@osen.co.kr 김재현-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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