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리베라 호텔에서 31일 오후 2시부터 1시간으로 예정됐던 인터뷰는 예상 시간보다 30분을 훌쩍 더 넘겼다. 김성근 SK 감독은 그에 앞서 모 통신사와 인터뷰를 마쳤다. 또 오후 4시부터는 방송사 대상 특별 인터뷰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내내 쉴 틈 없는 인터뷰와 사진 촬영이 이어졌지만 지친 기색은 없었다. 야구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그리고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추억을 더듬을 수 있으니 오히려 이야기할수록 힘이 솟는 듯 보였다. 그가 말하는 야구 감독의 첫째 덕목인 열정을 몸소 보여준 김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 29일 한국시리즈 우승 다음날인 30일조차 쉬지 않았다고 했다. 일본 고지 캠프 파견 멤버와 코나미컵 출전 멤버 그리고 방출 선수를 골라내는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앞서 도원구장을 찾아 2군 훈련을 체크했다. 김 감독은 "29일로 2007년은 끝났다. 30일부터 새 시즌이 시작됐다"고 했다. 이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은 이미 고지 캠프에 대한 설레임으로 가득 차 있는 듯 보였다. 김 감독은 "SK 구단이 고맙게도 신인과 2군 선수의 고지 캠프를 위해 5억 원을 투자해줬다. 덕분에 1,2군의 격차가 없어질 것 같다. 우리나라 코치가 아닌 일본인 인스트럭터를 데려와 캠프 훈련을 강화시킬 것이다. 돌아와 보니 2군 운영이나 의식이 의욕은 있는데 아직 모자란 것 같다"란 말로 고지 캠프가 SK의 2008시즌 신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리라 기대했다. 이어 김 감독은 "국가대표만 봐도 십 몇 년 동안 한 사람이 계속하고 있다. 2군 멤버들이 1군에 육박할 수 있는 희망적 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2군 선수들이 보다 자기를 개발할 욕심을 가지도록 그 선수들의 기량과 의식개조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부연했다. 김 감독은 "선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미있지 않나. 선수를 만들고, 팀을 만들어 가고. 하나하나 자라는 것 보면서 아버지 입장에서 뿌듯하고. 우승한 다음에 최정을 만나 '1년 동안 참 수고했다. 너 때문에 살았다'고 했더니 감독님이 써주는 덕분에 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 최정은 캠프부터 1년 내내 절대적으로 키우려 했다"고 들려줬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SK 올 때부터 우승보다는 이 팀의 기반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코나미컵 끝나고 일본 고지에 조동화, 박재상 데려갈 텐데 올해는 잘 해줬지만 만족할 수준이 아니다. 확실한 선수로 만들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1~2년 있다 흐지부지되는 팀이 될 것 같다. 젊은 피처도 육성해야 되고, 정상호도 박경완 후계자로 만들어야 된다. 2,3년 후의 SK를 가상해서 내년 시즌 이후를 생각해 나가야 하지 않는가"라고 큰 그림을 그렸다. 구체적으로 김 감독은 "김강민은 시리즈에서 좋아졌지만 시즌 내내 플레이 타구만 올렸고, 박재상도 여차할 때 전혀 못 쳤다. 조동화도 홈런이 가능한 스윙인데도 갖다 대는데 그쳤고 정근우도 더 잘 할 수도 있다. 최정도 잘 하지만 아직 반도 못 갔다. 송은범도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사람으로 성장했다"라고 희망과 과제를 제시했다. 이어 김 감독은 "2군을 현재 1군 레벨로 만들고, 1군을 톱 클래스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훈련 강도는 예년보다 떨어지지 않을 것"라고 선언했다. 아울러 김 감독은 "용병은 본인이 (잔류를 택할지)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젊은 선수들을 더 상승시키도록 만들어가겠다"고 언급, 외부 영입보다 내실 육성을 시사했다. 이어서 김 감독은 "번트 등 조그만 플레이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도록, 상대방이 SK 야구는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 두산같이 틈만 나면 뛸 수 있는 주루를 만들어 가야겠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김 감독은 "김광현이 한국시리즈 4차전 던지는 것 보고 우리나라 야구의 미래가 있는 것 같았다. 류현진도 있지만 미래를 짊어질 피처가 나왔다. 우리가 이긴 것을 떠나. 앞으로도 쉽게 안 나올 투수다. 보통선수가 아니라 대형선수가 될 에이스 재목이다. 시리즈 4차전은 잊지 못할 3경기 중 하나였다. 나머지 둘은 LG 있을 때 삼성에게 진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 충암고 감독할 때 9회 투아웃까지 이기다 3점홈런 맞고 역전패한 경기였는데 두 경기 모두 지고 나서 울었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에도 김 감독은 또 한 번 "내년 스타는 김광현이 될 것이다. 신인 모창민을 키워서 최정과 경쟁시키겠다. 외야에 오른손 요원이 적은데 내야 요원을 외야로 돌리는 것도 연구 중이다"라고 언급, 전술 다변화를 강하게 시사했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