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이제는 2년차 징크스를 극복해야 한다. 두산 신인투수 임태훈(19)은 2007년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지난달 31일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수상 기회가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을 차지한 것이다. 유효투표수 91표 중 79표를 얻을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투수로는 역대 14번째 신인왕. 순수 셋업맨으로는 사상 첫 신인왕이었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김광현(SK)에 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임태훈이었으나 시즌 내내 두산 불펜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높은 팀 공헌도를 자랑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과거의 일. 내년부터는 새로운 도전이 임태훈을 기다리고 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신인왕을 수상한 투수는 임태훈에 앞서 13명이 있었다. 이들 중 2년차 시즌에 더 좋은 성적을 낸 투수로는 이승호(SK)·오승환(삼성)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윤석환(OB)·이용철(MBC)·조규제(쌍방울)·염종석(롯데)·김수경(현대)·조용준(현대)·이동학(현대)·오재영(현대) 등은 2년차 시즌에 성적이 떨어졌다. 2년차 때 불의의 교통사고로 악운이 겹친 김건우(MBC)를 비롯해 박정현(태평양)·류현진(한화) 정도가 신인 시절에 필적할 만한 성적을 2년차 시절에도 냈다. 김건우·이용철·박정현·염종석·김수경·이동학·오재영·류현진 등 선발투수 신인왕 출신들은 신인 시절에 비해 2년차 시절 평균 승수가 4.88승 하락했으며 방어율은 1.87이나 치솟았다. 초특급 신인투수로 명성을 떨친 김건우·박정현·염종석·김수경·류현진으로만 한정지어도 승수가 4.4승 하락했으며 방어율은 평균 0.9씩 상승했다. 마무리투수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년차 시즌에 선발로 전환한 이승호와 최정상급 소방수로 진화한 오승환을 제외한 윤석환·조규제·조용준 등 2년차 시즌에 평균 세이브가 13.3개나 줄었으며 방어율도 1.21씩 올라갔다. 신인왕 출신 투수들이 2년차 때 고전한 것은 설명이 그리 어렵지 않다. 신인 시절에 비해 타자들에게 공이 눈에 익고 투구 패턴도 노출돼 공략당하기가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 투수가 타자에 비해 약점을 공략당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도 극복 과제. 한국 프로야구의 전력 분석 능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비단 2년차를 맞이하는 신인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자기계발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물론 몇몇 선수는 신인 때 혹사를 당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적 하락의 이유였다. 임태훈도 겨우내 훈련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자기계발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올 시즌 순수 셋업맨 중 가장 많은 투구이닝(101⅓)을 소화한 만큼 충분히 휴식과 변화구 개발이 과제가 될 전망. 아직 내년 시즌 보직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셋업맨 출신 첫 신인왕이라는 점에서 2년차 시즌 임태훈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더욱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