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재대결. 오는 4일과 11일 올 시즌 정상을 가리는 챔피언결정전을 앞둔 가운데 성남 일화 김학범 감독과 포항 스틸러스 파리아스 감독의 치열한 지략 대결이 눈길을 끌고 있다. K리그를 대표하는 전통의 명가들이 벌이는 운명의 승부. 김학범 감독이나 파리아스 감독 모두 3개월째 공석 중인 국가대표팀 사령탑의 후보로 꼽히고 있어 '실적'을 위해서도 팽팽한 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각각 전기리그와 후기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지난 1995년 정상을 놓고 격돌했던 양 팀의 대결에서 성남(당시 천안 일화)은 3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성남으로선 '1995 재현'을 포항은 '1995 복수혈전'을 꿈꾸고 있다. 이번 시즌 두 팀이 걸어온 길은 상당히 달랐다. 성남은 정규리그에서 1, 2위를 오가며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했던 반면 포항은 정규리그에서 5위에 그쳐 경남 FC와 6강 플레이오프 경기를 시작으로 울산 현대와 준 플레이오프, 수원 삼성과 플레이오프전을 거쳐야 했다. 상대보다 3경기의 격전을 치른 체력적으로 포항이 많이 불리한 상황. 그러나 우라와 레즈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패한 데 이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대표팀 음주 파문에 고참 미드필더 김상식이 포함돼 있어 성남은 분위기에서 다소 밀린다. FA컵 결승에까지 진출해 있는 포항은 포스트시즌 3경기를 모두 적지에서 승리한 터라 의미는 더했다. 선수들은 '이왕 여기까지 올라온 것, 내친 김에 우승컵까지 쟁취하겠다'는 각오로 가득하다.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미드필더 김기동은 "FA컵과 K리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승부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팀 사기'에서 포항이 앞선 형국이다. 사실 성남 입장에선 포항과의 대결이 최악의 대진이다. 역대 전적에서 27승28무37패로 훨씬 밀리고 있는 성남은 올해 두 차례 대결에서도 1무1패로 열세를 보였다. 김학범 감독도 포항이 부담스럽다는 것을 인정한다. 최근 강릉에서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김 감독은 "파리아스 감독은 승부사 기질이 농후하다. 경기를 치를 때마다 우리의 전술적 흐름을 훤히 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김학범 감독과 파리아스 감독은 K리그 최고의 지략가로 통한다. 그만큼 '수 싸움'에서 강하다는 의미다. 선수 교체나 순간적인 전술 변화로 상대 벤치를 곤혹스럽게 한다. 포항전이 부담스럽긴 해도 성남은 '관록의 팀'답게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수단 사기를 끌어올리는 점에서도 두 감독은 엇비슷하다. 패배를 자신의 전술적 미스로 돌리지 선수들 탓으로 떠넘기지 않는다. 매사 한마디 한마디에서 자신감이 넘치고, 주력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있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럼에도)잘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코멘트를 자주 언론에 흘린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서 두 감독이 펼칠 공격축구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yoshike3@osen.co.kr 김학범-파리아스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