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적토마가 이제는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을 향해 달려간다. 지난 1일 주니치 드래건스의 재팬시리즈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우며 우승의 한을 푼 이병규(33)가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을 앞두고 있는 야구대표팀에 곧 합류할 예정이다. 이병규는 박찬호·류제국과 함께 해외파로 대표팀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야수 중에서는 유일한 해외파 선수라 막중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병규는 무릎 수술로 재활을 한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빼면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굵직굵직한 국제대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올해 주니치 유니폼을 입고 일본 프로야구에 데뷔한 이병규는 132경기에서 478타수 125안타, 타율 2할6푼2리·9홈런·46타점을 기록했다. 외국인선수치곤 아쉬운 성적이지만 일본 진출 첫 해라는 것을 감안하면 준수하다는 평. 특히 클라이맥스시리즈 및 재팬시리즈에서 결정적인 한 방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포스트시즌 10경기에서 이병규는 37타수 6안타로 타율은 1할6푼2리밖에 되지 않았지만 3홈런·11타점으로 활약했다. 6안타 중 5안타가 장타였다. 이병규는 국제대회 경험도 매우 풍부하다. 단국대 시절 아마 국가대표를 거쳐 프로에 데뷔한 이후에만 무려 6개 대회, 37경기의 국제대회 경험을 자랑한다. 대표팀 선수 중 가장 많은 국제경기를 소화해냈다. 개인 성적도 훌륭했다. 146타수 60안타로 4할1푼1리라는 고타율을 기록했다. 2루타가 8개, 3루타 3개, 홈런이 4개였다. 장타율은 5할8푼9리였으며 출루율도 4할6푼6리를 마크했다. 35타점으로 찬스에서도 비교적 강했다. ‘국제용 선수’다운 활약이었다. 누적 기록도 좋지만 비율 기록이 좋았다는 점은 그만큼 이병규가 국제대회에서 강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자료가 된다.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한 OPS(1.055)가 3개 대회 이상 참가한 선수 가운데 가장 높다는 것도 고무적인 대목. 물론 국제대회 성적은 전적으로 믿을 것이 못 된다. 전력차가 크게 나는 팀들을 상대로 손쉽게 기록을 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6개 대회에서 거둔 기록이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이번 대회에서 이병규의 역할은 크다. 이승엽이 엄지 수술 및 재활을 이유로 대표팀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승엽이 빠진 거포 자리는 또 하나의 ‘국제용 선수’ 김동주와 이대호가 있지만 좌우 균형이라는 면에서 왼손 타자인 이병규가 상위타순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또한, 일본에서 직접 뛰며 투수들을 경험한 만큼 일본전에서도 선봉장이 되어야 한다. 타고난 타격 감각을 지닌 이병규에게는 국제대회가 낯설지 않다. 생경한 곳에서 생경한 투수들을 상대하는 국제대회는 언제나 이병규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무대였다. 과연 이병규가 다시 한 번 국제용 선수의 면모를 과시하며 한국야구를 마지막 올림픽의 길로 인도할 수 있을지 야구팬들의 기대가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