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우승후보 체면이 말이 아니다. 매년 약체로 분류되다 올 시즌 당당히 우승후보로 평가된 부산 KTF. 그러나 출발이 좋지 못하다. 개막전 승리 후 5연패 수렁에 빠진 것이다. 아직 6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시즌 초반이지만 1승5패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로 처졌다. 함께 우승후보로 평가된 전주 KCC가 이런저런 불안 요소에도 3승3패로 5할 승률을 맞추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시즌 초반 레이스에서 밀려남으로써 험난한 행보가 예고되고 있는 KTF다. 현재 KTF는 총체적 난국에 시달리고 있다. 포인트가드 신기성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이 집단 침묵을 보이고 있다. 양희승-송영진 등 양날개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형편. 벤치가 탄탄하고 풍부하지만 신인 박상오를 빼면 나머지 선수들도 부진하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84.9득점으로 이 부문 3위에 올랐던 화끈한 공격력이 올 시즌에는 평균 74.8득점으로 10점 가량 뚝 떨어졌다. 10개 구단 중 9위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외국인선수다. KTF뿐만 아니라 모든 구단들에게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KTF는 그 경우가 더하다.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0·11순위로 뽑은 세드릭 웨버와 타이론 워싱턴이 골밑 장악력에서 큰 문제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웨버는 평균 15.6점·8.4리바운드라는 평범한 성적을 남기고 있으며 워싱턴은 평균 9.0점·5.0리바운드라는 ‘폴 밀러급’ 기록으로 벌써부터 퇴출 대상 1호로 손꼽히고 있다. KTF는 외국인선수 자유계약제 덕을 톡톡히 본 팀이었다. 추일승 감독의 남다른 안목과 드넓은 루트를 통해 수준급 외국인선수들을 차례로 영입했다. 특히 애런 맥기는 2004-05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3시즌간 KTF 골밑을 지켰고 이외에도 게이브 미나케, 나이젤 딕슨, 필립 리치 등 내로라하는 외국인선수들이 KTF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맥기와 미나케가 활약한 2004-05시즌에는 외국인선수 득점비율이 무려 52.9%였으며 2005-06시즌(45.0%), 2006-07시즌(45.4%)에도 45%를 넘어설 정도로 그 비중이 컸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웨버와 워싱턴의 득점비율이 27.3%에 불과하다. 2004-05시즌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더 중요한 것은 골밑 장악력이다. 특히 리바운드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KTF는 평균 31.2리바운드로 이 부문에서 최하위다. 걷어내는 리바운드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내주는 리바운드도 가장 많다. 리바운드 마진이 -8.00으로 압도적인 꼴찌다. 외국인선수들의 리바운드 비율도 35.8%로 역시 최하위다. 2004-05시즌(53.1%), 2005-06시즌(56.6%), 2006-07시즌(48.9%)과 비교할 때 차이는 더욱 커진다. 공격은 둘째 치더라도 공격의 시작이 되는 수비 리바운드조차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는 바람에 트레이드마크였던 속공도 줄었다. 골밑이 약하니 외곽 슈터들도 제대로 살릴 수 없는 등 공수양면에 걸쳐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KTF로서는 맥기를 비롯해 옛 외국인선수들이 더없이 그리운 상황. 그러나 이미 그들은 떠났고 더 이상 돌아올 수도 없다. 게다가 드래프트제로 인해 대체 외국인선수를 뽑는 데도 한계선이 그어져 있어 추일승 감독으로서는 더욱 더 답답한 노릇이다. 안목이 있어도, 루트가 다양해도 현 제도 내에서는 무소용이다. 추 감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과연 KTF가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세드리 웨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