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호와 이기는 야구
OSEN 기자
발행 2007.11.02 11: 17

[OSEN=이상학 객원기자] “이기는 쪽에 포커스를 맞추겠다”. 올림픽 아시아예선 대표팀 사령탑을 맞은 김경문(49) 두산 감독의 각오다. 아시아 지역에 배정된 2008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은 단 한 장. 여기서 밀리면 내년 3월 대만에서 열리는 세계예선에서 패자부활전을 치러야한다. 8개국이 출전해 3개국에 본선 티켓이 돌아가는 대회로 멕시코 캐나다 호주가 올라와 있어 험난한 길이 예고된다. 현재로서는 1차 예선 통과가 가장 이상적이고 현실적인 목표라 김경문 감독도 ‘1차 예선 올인’을 당연한 목표로 잡았다. 이와 함께 ‘이기는 야구’를 선언했다. ▲ 두산 감독 김경문 김경문 감독은 기본적으로 선수들에게 맡기는 타입이다. 과거 김인식 한화 감독 밑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은 영향인지 공격 지향적인 화끈한 야구를 추구한다. 번트 등 작전보다는 선수들 스스로가 알아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굳이 명명하자면 ‘창의적인 빅볼’이다. 페넌트레이스와 같은 장기전에서는 김 감독의 야구 스타일은 효과적으로 먹혀들었다. 두산이 매년 객관적인 전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낸 데에는 창의적인 빅볼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단기전에서는 달랐다. 김 감독의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11승11패로 승률은 정확히 5할이다. 페넌트레이스 승률(0.554)보다 낮다. 준플레이오프에서 1전 1승, 플레이오프에서 3전 2승1패를 거뒀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2전 전패했다. 2005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는 4전 전패했고, 올해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최초의 2연승 후 4연패를 당하는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한국시리즈 통산 10경기에서 희생번트가 6개 있었지만 병살타도 무려 10개나 있었다. 장기전에서 김 감독은 이미 검증을 끝마쳤다. 두산의 팜시스템도 훌륭하지만 선수들을 보는 안목과 키워내는 능력에서 김 감독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팀 사정이라는 것을 고려해도 김 감독만큼 젊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해 키우는 지도자는 흔치 않다. 그러나 단기전은 승부사적 감각이 필요하다. 한국시리즈에서 김 감독은 어떻게 보면 무모할 정도의 강공책을 펼치다 발등을 찍히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론적으로 논하는 야구에서는 더욱 뼈아프게 비쳤다. ▲ 대표팀 감독 김경문 국가대표 선수 경험이 없는 김경문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것은 참신한 일이다. 그러나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대표팀을 맡은 게 사실이다. 나라를 대표해 팀을 지도한다는 것 자체가 감독에게는 굉장한 부담이다. 하지만 한국야구는 김 감독을 택했다. 국가대표팀은 선수 개개인의 실력도 좋지만 개성도 강하다. 잘만 조합하면 최고의 팀이 될 수 있지만 잘못되면 최악의 팀이 될 수 있다. 선수들을 하나로 화합시킬 수 있는 사령탑으로 한국야구는 김 감독을 택했고 그에게 중책을 맡겼다. 김 감독은 “이기는 쪽에 포커스를 맞추겠다. 어쩌면 (김)재박이 형보다 번트를 더 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 김 감독도 번트를 댈 때는 화끈하게 대는 편이다. 지난 4월18일 수원 현대전에서 사령탑 데뷔 후 가장 많은 희생번트 4개를 성공시켜 4-3으로 승리했다. 5월31일 문학 SK전, 6월7일 광주 KIA전 등 희생번트를 3개씩 댄 경기에서 모두 1점차로 이겼다. 1점차 승부에서 효과 적절한 희생번트로 승리를 낚은 것이다. 김 감독도 희생번트를 이용할 줄 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단기전에서도 김 감독은 희생번트를 마다하지 않은 기억이 있다. 지난 2005년 한화와의 플레이오프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두산은 5회 이전 희생번트를 5개나 성공시키며 시리즈를 3연승으로 조기 종결시켰다. 당시 김 감독의 플레이오프 출사표가 “멋있는 야구보다는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였다. 이번 대표팀 출사표도 “국제대회에서는 국내에서 보여줬던 방식을 탈피할 것이다. 이기는 쪽에 포커스를 맞추겠다”이다.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철저하게 자신을 버릴 준비가 돼 있는 김 감독이다. ▲ 쉽지 않은 상황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야구는 대만에 이어 사회인 야구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마저 끝내기 역전패를 당하며 ‘치욕의 동메달’을 목에 건 아픈 기억이 있다. 이른바 도하의 참사였다. 당시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김재박 감독에게는 모진 비난이 쏟아졌다. 김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스몰볼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당시 대표팀의 실패는 김 감독만이 아니라 총체적인 문제였다. 국제무대 스트라이크존 적응 실패, 철저하지 못했던 대회 준비, 선수들의 작전 이행 실패 등 갖가지 악재가 겹쳤다. 이번 대표팀도 상황은 좋지 않다. 해외파가 박찬호·류제국·이병규 등 3명밖에 되지 않는다. 박찬호의 신분은 이제 메이저리거가 아니다. 물론 도하 아시안게임은 단 한 명의 해외파 없이 꾸렸지만 김재박 감독의 의지가 더 강하게 작용했다. 반면 이번 대표팀에서는 김 감독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승엽·서재응·김병현·구대성 등 경험이 풍부한 투타의 핵심들이 모조리 빠졌다. 일본과 대만이 일찌감치 대회 준비를 서둘렀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감독의 부담도 더욱 막중해졌다. 다행히 이번 대표팀은 준비기간이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보다 길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2주밖에 되지 않는 훈련 기간으로 실전에서 조직력이 떨어졌다. 대만전에서 4차례 희생번트 중 3차례나 실패한 것도 벤치와 선수의 호흡 불일치가 컸다. 반면 이번 대표팀은 한 달 가까이 훈련시간을 벌었다. 오는 8일부터는 일본 오키나와로 가 전지훈련도 치른다. 선수들의 상태 점검은 물론 벤치와의 교감도 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문 감독에게는 남은 기간 동안 팀 조직력 극대화를 통해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이기는 야구를 만드는 것이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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