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힘이 아스날을 춤추게 할까. 20~30년 전만 하더라도 유럽인들의 머리 속에 아프리카 축구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1934년 이집트가 이탈리아 월드컵에 첫 출전한 후 70년 멕시코 대회에서 모로코가 다시 참가할 때까지 무려 36년간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74년 독일 대회에서 자이르가 백인 심판들의 어이없는 편파 판정(당시 유고전에서 콜롬비아 출신의 주심은 자이르의 흑인 선수들을 혼동한 나머지 엉뚱한 선수를 퇴장시키기도 했다)에 0-9 대패를 당하는 등 아프리카는 철저하게 축구의 주류에서 외면당해왔다. 유럽인들의 아프리카 축구에 대한 평가는 '신체적 조건은 뛰어나지만 전술적인 개념과 투지가 전혀 없다' 라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그로부터 한참이 흐른 2000년대. 유럽 축구에서 아프리카 축구의 위상은 더없이 높아졌다. 유럽 유수의 클럽들은 2008년 초 가나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첼시는 코트디부아르 출신인 디디에 드록바와 가나 출신의 마이클 에시엔이 없는 상황을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즉 이제는 아프리카 축구가 유럽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있으며 경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오는 3일 오후 9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런던의 에미리트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를 가지는 아스날에 아프리카의 힘은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진다.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이 공수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아스날이 아프리카 출신 선수가 하나도 없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하기 때문. 아스날의 스트라이커 엠마누엘 아데바요르(23, 토고)와 수비수 콜로 투레(26), 엠마누엘 에보우에(24, 이상 코트디부아르) 등이 바로 아스날을 춤추게 할 수 있는 주인공들이다. 특히 투레와 에보우에는 맨유의 강한 공격력을 막아내야 한다. 맨유는 100년 만에 4경기 연속 4골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골을 폭발시키고 있다. 웨인 루니(22)와 카를로스 테베스(23)의 투톱 플레이는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또한 라이언 긱스(34)와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22), 나니(21) 등 윙어들의 플레이도 화려하다. 따라서 이들을 막기 위해 아스날은 수비수들을 총동원할 것이고 자연히 중추를 맡고 있는 투레와 에보우에의 역할이 커졌다. 티에리 앙리(30, 바르셀로나)의 이적에 이어 로빈 반 페르시(24)마저 부상으로 빠진 공격진을 홀로 이끌어야 하는 아데바요르의 활약도 기대된다. 아데바요르는 자신이 골을 넣었던 18경기에서 팀이 16승 2무를 기록해 아스날 행운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가 네마냐 비디치와 부상 우려가 있는 리오 퍼디난드와의 경합에서 이긴다면 팀에 승리를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bbadagun@osen.co.kr 아데바요르-투레-에보우에=아스날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