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2007년 프로야구의 화두는 ‘발’이었다. 한 베이스씩 더 전진하는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을 앞세운 주루 혁명이 녹색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SK와 두산은 발야구의 대표적인 팀들이었다. SK는 주루 혁명을 일으킨 주인공이었으며 두산은 그것을 가장 빠르게 실행으로 옮겼다. 이처럼 대세가 되고 있는 발야구가 과연 국제대회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전 사령탑은 김경문 두산 감독이며 대표팀에도 빠른 발을 무기로 하는 선수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 ▲ 발야구는 통했나 국제대회는 특수하다. 생경한 곳에서 생경한 선수들을 상대해야 한다. 첫 만남에서는 대체적으로 타자가 투수보다 불리하다는 평이다. 투수에 대한 분석이 철저하더라도 통상 에이스급 투수들이 줄이어 등판하기 때문에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홈런은 경기를 좌우할 수 있는 가장 큰 변수지만 편차도 크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는 6경기에서 16홈런을 터뜨렸지만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6경기에서 1홈런을 치는 데 그쳤다. 결과는 같은 금메달이었지만 1998년 대표팀은 선수 전원의 병역 혜택이 걸려있었다는 점, 2002년 대표팀은 팀 방어율(0.87)에서 나타나듯 마운드가 철옹성이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물론 일본이 예부터 아시안게임에는 1.5군 또는 아마추어 선수들을 보내 전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도 큰 요인이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발야구는 얼마나 통했는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7개 대회에 발족된 ‘드림팀’에서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한 팀은 1999년 서울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이었다. 당시 5경기에서 도루 14개를 기록했다. 4도루의 정수근을 비롯해 양준혁·유지현·이병규·이승엽까지 2도루씩 했다. 결과는 우승과 시드니 올림픽 출전권 획득이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대표팀은 팀 타율 2할4푼6리에 그쳤다. 하지만 9경기에서 정수근와 이병규가 각각 도루를 6·4개씩이나 성공시키는 등 총 14도루를 성공시키며 전반적인 타선의 침묵과 장타 부재를 벌충했다. 당시 대표팀은 정수근·이병규·박재홍을 제외하면 발 빠른 선수가 없었으나 소수 정예가 적중했다. 6경기에서 11차례 베이스를 훔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였다. 4강 신화를 이룩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7경기에서 도루가 2개밖에 되지 않았다. 팀 타율도 2할4푼3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경기당 평균 희생타가 1.43개로 역대 대표팀 중 가장 많을 정도로 조직력이 좋았으며 결정타가 많았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5경기에서 10도루를 기록했으나 정작 결승전이나 다름없었던 대만전에서는 단 하나의 도루도 기록하지 못했다. ▲ 발야구 가능한가 도루는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성공하면 베이스를 하나 더 벌며 팀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지만, 실패하면 아웃카운트 하나의 소모와 함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실수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관건인 야구에서 도루 실패의 여진은 크다. 안전지향주의를 표방하는 대표팀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빅볼을 펼치면서도 발 빠른 선수들에게 그린라이트를 허용하는 김경문 감독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표팀은 발야구로 상대의 허를 찌를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현재 대표팀에 소집된 야수 19명 중에는 발 빠른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두산의 발야구를 주도한 이종욱과 2007년 도루왕 이대형이 대표적이다. 고영민·정근우도 베이스를 훔치는 데 남다른 능력이 있으며 박재홍·이진영·이택근 등도 도루가 가능하다. 이병규는 올해 주니치에서 무도루에 그친 것에서 나타나듯 2003년 무릎 부상 이후 주력이 예전 같지 않다. 아직 최종발탁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종욱·이대형·고영민·정근우 정도면 부족하지 않다는 평. 이종욱은 지난 2일 잠실구장 훈련에 앞서“어떻게든 도루해서 득점을 올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후반 대주자도 불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승부처에서 ‘대주자 스페셜리스트’로 쓸 카드가 많다는 것은 김경문호의 호재라 할 만하다. 물론 이종욱 등 대표팀의 발 빠른 선수들이 대체로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은 불안요소지만, 김동주나 이대호 정도를 제외하면 거포가 없는 팀 사정을 고려할 때 돌파구 중 하나로 발야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조건은 충분하다. 과연 언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아니면 굳이 상황에 얽매일 필요없이 선수 전원에게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주문할 수도 있다. 그 해답을 남은 기간 조직적인 훈련을 통해 찾아야 하는 김경문호다. 이종욱-이대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