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명화, 오늘 추억 속으로 사라져
OSEN 기자
발행 2007.11.03 09: 08

28년 동안 주말 저녁 안방극장을 지켜왔던 KBS 토요명화가 3일 마지막 회를 방영하고 시청자의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세월이 흐를수록 떨어지는 시청률의 압박을 견디다 못한 지상파 TV 영화 프로들은 최근 심야나 새벽 시간으로 쫓겨가다 끝내 폐지되는 아픔을 겪고 있다. 토요명화의 엔딩은 반 디젤의 액션영화 '리딕'이 장식한다. 자정을 지나 12시 35분 방송되기 때문에 엄밀한 말하면 마지막 방송은 4일이다. KBS측은 "가을 개편으로 '토요명화'를 폐지하지만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음주 토요일 부터는 'KBS 프리미어'를 방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S 프리미어'는 해외영화제 출품작들 가운데 국내 미 개봉작을 엄선해 시청자들에게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지상파 TV의 영화프로들이 개봉이나 방송 영화를 재탕 삼탕으로 수십번씩 우려먹는다는 시청자 비난을 피하기 위해 고육지책을 짜냈다. 그럼에도 더 이상 '빠바빠바빠바 빠바밤~'으로 시작되는 토요명화의 오프닝 곡 아랑훼즈 콘체르토를 들을수 없게 된 시청자들의 서운함은 대단하다. '시청률이 낮다고 프로를 없애는 건 방송사의 횡포'라는 분노의 글들도 많지만 상당수는 '어쩔수없는 시대의 현실' '너무 늦은 시간에 방영해서 보기 힘들었다' '원작의 재미를 감소시키는 더빙이 문제였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2000년대 들어 안방극장 프로들의 TV 속 위치는 계륵이나 다름없었다. '토요명화'의 폐지 이후에도 KBS1 '명화극장' MBC '주말의 명화' 등 더 오랜 전통의 프로들이 남았지만 이름을 겨우 유지하는 정도다. 심야로 밀려난 이들은 1~3%대 시청률로 한숨을 쉬는데다 광고 수주도 힘든 실정이다. 마땅하게 외화를 볼 곳이 극장과 TV밖에 없었던 1970~80년대 안방극장 프로들은 방송 편성에서 최상급 대우를 받았고 따라붙는 CF도 많았다. 방송국 담당자들은 양질의 외화 확보를 위해 당시 금쪽과 같았던 팍팍 썼고 그 위세도 대단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다. 무엇보다 시청률이 문제였다. 시청자가 계속 줄다보니 계속 늦은 시간으로 밀려나고, 시청률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수십년을 고정 시간, 고정 오프닝 음악으로 아성을 굳히다가 1980년대 비디오 보급의 대중화에 이어 2000년대 케이블 방송의 득세로 치명타를 맞았다. 특히 요즘 젊은 층들은 안방극장의 외화 더빙과 무리한 가위질을 못견뎌했다. 케이블 방송의 24시간 영화채널 등에서는 개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최신 원작 그대로를 계속 내보내는 반면에 지상파 영화프로들은 전 연령층 시청자를 고려하느라 더빙, 편집을 계속하는 고충이 있었다. mcgwire@osen.co.kr 3일 '토요극장'에서 마지막으로 방영될 '리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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