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잊을 수 없을 만큼 참담한 수모를 안겨준 도하 아시안게임. 오는 12월 1일부터 대만에서 열리는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 대표팀에 선발된 '동갑' 오승환(25, 삼성)과 이대호(25, 롯데)가 도하 참패의 설욕을 다짐했다. 지난해 아시아 한 시즌 최다 세이브를 따내며 국내 최고의 소방수로 자리매김한 오승환은 도하에서 난타 당했다. 프로 경력에서 지울 수 없는 유일한 오점을 남긴 오승환은 이번 아시아 예선전에서 지난 날의 패배를 설욕할 절호의 찬스를 얻은 셈. 정규 시즌서 60경기에 등판, 4승 4패 40세이브(방어율 1.40)를 거둔 오승환은 최소 시즌-최소 경기 개인 통산 100세이브와 사상 첫 2년 연속 40세이브 고지에 오르며 여전히 위력적인 구위를 보여줬다. 지난해와 달리 한화와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뒤 일 주일 가까이 휴식을 취해 오승환표 돌직구의 위력은 더욱 강해졌다.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젊은 선수들 위주로 선발됐다면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은 '코리안특급' 박찬호를 비롯해 다수의 베테랑 투수들이 참가했다. 국제 대회 참가 경험이 많은 선배들의 적지 않은 조언은 오승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될 듯. 뛰어난 실력과 더불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승부욕을 가진 이대호도 이번 아시아 예선전을 벼르고 있다. 지난 시즌 홈런-타점-타율 1위로 타격 3관왕을 거머쥔 이대호는 도하 아시안 게임에서 4번 중책을 맡으며 고군분투했다. 대표팀이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했을 정도. 올 시즌 타율 3할3푼5리 139안타 29홈런 87타점 79득점으로 지난해 활약이 반짝이 아님을 증명한 이대호는 지난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대표팀 첫 훈련에서 "승엽이 형이 쉬어야 하니 형 몫까지 내가 뛰겠다"며 "어떻게든 이기겠다. 지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승엽이 빠진 대표팀 4번 타자를 맡게 될 김동주의 컨디션도 좋지 않은 편. 김동주의 부상이 장기화될 경우 이대호가 대표팀 4번 타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의 쓰라린 패배를 설욕하려는 오승환과 이대호. '이번에 제대로 되갚겠다'는 결의로 가득찬 이들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진지하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