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과 삼성의 '윈-윈 효과'
OSEN 기자
발행 2007.11.03 10: 33

[OSEN=이상학 객원기자] 아직도 조금은 어색한 서울 삼성 이상민(35·183cm). 두 말할 나위 없는 올 시즌 프로농구 최고의 이슈메이커다. 지난 여름 삼성에서 FA로 풀려 전주 KCC로 이적한 서장훈의 보상선수로 '늘그막에' 원치 않은 이적을 받아들여야 했던 이상민이지만, 오히려 농구 인생에 있어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도 이상민의 가세로 인해 코트 안팎에서 뜻밖의 횡재를 누리고 있다. 이상민과 삼성의 ‘윈-윈 효과’다. ▲ 삼성, 조직농구의 진수 지난 시즌에도 삼성의 가드진은 비교적 풍부했다. 이정석-강혁에다 신인으로 이원수와 임휘종이라는 날쌘 가드들이 가세해 양적으로는 그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진용을 갖췄다. 그러나 질적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이정석은 분명 훌륭하지만 알을 깨지 못했다. 이원수와 임휘종도 세기의 조절이 필요했다. 강혁은 정신없이 득점을 올리고 어시스트를 배달했지만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체력적으로 부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대구 오리온스에 1승2패로 패했다. 김승현에게 농락당한 가드진의 탓이 컸다. 사실 지난 시즌까지 삼성은 조직력이 ‘매우’ 뛰어난 수준은 아니었다. 높이를 살리는 데는 특화된 편이었지만 상대의 수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데 애를 먹었다. 오리온스와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상대 수비 변화에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못하며 허둥대다 패배를 당했다. 가드 자원은 풍부했지만 그것을 극대화시키는 데는 실패한 것이었다. 완전하게 아귀가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높이를 활용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때에 따라 서장훈이 빠지고 강혁을 중심으로 한 농구를 펼칠 때 변화에 더 능동적이고 플레이에 윤기고 돌았다. 하지만 서장훈이 나가고 이상민이 가세한 올 시즌 삼성은 확 달라졌다. 팀 스피드도 몰라보게 빨라졌지만 조직적인 면에서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진 모습이다. 이상민-강혁이 백코트진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때때로 2~3쿼터에는 이원수 또는 이정석이 가세해 스리가드 시스템까지 가동하고 있다. 이상민의 체력을 감안해 스리가드 시스템 가동 시간은 매우 적은 편이지만 그만큼 패스 플레이가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 상대의 수비 변화에도 더 능동적으로 대처하게 된 것도 고무적이다. 기록에서도 이는 잘 나타난다. 삼성의 경기당 평균 어시스트는 20.7개로 10개 구단 중 1위다. 팀 득점에서 전체 1위(92.8점)에 올라있는 영향일 수도 있으나 높이의 농구를 펼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팀 야투성공률 전체 4위(49.5%)라는 것은 풍부한 가드진을 앞세운 조직농구의 힘으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 이상민과 삼성 ‘찰떡궁합’ 이상민은 우리나이로 36살이다. 엄연히 체력 소모가 큰 농구경기에서 나이는 절대적인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상민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것 같다. 달라진 삼성 농구의 중심에 서있는 이상민은 올 시즌 말 그대로 회춘했다. 이적 파동으로 심적으로 고생한 것은 이제 옛일이 된 지 오래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6경기에서 평균 19.8점·5.7어시스트·5.2리바운드라는 놀라운 기록을 거두고 있다. 지난 10월28일 창원 LG전에서는 프로 데뷔 후 최다인 35점을 몰아넣는 등 최근 4경기에서 19점 이상의 고득점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야투성공률 전체 4위(60.9%)에 올라있을 정도로 슛의 선택과 집중이 잘됐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시즌 초반이다. 이상민의 시즌 초반 활약은 우지원(모비스)의 마당쇠 변신 못지않게 새로운 일이 아니다. 6경기에서 이상민은 경기당 31.7분을 뛰었다. 이상민의 출장시간은 2000-01시즌 이후로 언제나 30분 안팎이었다. 2002-03시즌 30.9분이 가장 많은 출장시간이었으며 지난 시즌에는 26.0분을 뛰었다. 잦은 부상으로 조금 뛰고 교체된 경기도 많아 평균 수치가 더 떨어졌지만 근래 들어 가장 많은 출장시간을 소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는 사실상 슈팅가드로 전업한 것이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득점에 매진하는 바람에 체력 소모가 더울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지만, 그만큼 강혁이라는 존재가 이상민에게는 또 든든하다. 현대-KCC 시절부터 이상민은 세컨드가드 없이 홀로 팀을 리딩했다. 이제는 추억이 된 ‘캥거루 슈터’ 조성원도 공식 포지션은 포워드였다. 그런 이상민에게 강혁의 존재는 체력은 물론이고 플레이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비단 이상민뿐만 아니다. 이상민의 가세로 인해 삼성 선수들도 나비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절정의 3점슛 감각을 과시하고 있는 이규섭은 “훌륭한 가드들이 많아 플레이하기가 수월하다. (이)상민이 형과 (강)혁이 형이 지시하는 대로 뛰니 좋은 찬스가 많이 난다. 난 그저 열심히만 뛰면 된다”고 말할 정도로 가드진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 이규섭뿐만 아니라 외국인센터 테런스 레더에게도 이상민의 패스가 착착 감기고 있다. 이상민은 “비시즌 때 운동을 많이 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체력에는 문제가 없다. 가드들이 풍부해 숨돌릴 틈도 있다”며 밝은 미소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이상민은 “마음 놓고 플레이할 수 있는 것도 강혁-이정석-이원수 등 가드진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민의 득점포 가동도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감춰두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 KCC에서는 이상민 홀로 모든 짐을 안고 경기를 리딩해야 했지만 수준급 가드들이 즐비한 삼성에서는 여유가 생겼다. 이상민과 삼성의 ‘윈-윈 효과’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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