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의 화려한 몸놀림은 아니지만 열정 만큼은 결코 식지 않았다. 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제8회 상원고-경북고 야구 친선 교류전에서 양교 출신 동문들이 오랜만에 녹색 그라운드에서 다시 뭉쳤다. 7회까지 치러진 이날 경기는 경북고 OB팀의 5-3 승리. 경북고는 1회초 공격 때 톱타자로 나선 전 삼성 외야수 하춘동의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포문을 열자 3번 김재완이 1타점 적시타로 2루 주자 하춘동을 홈으로 불러 들이며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1-0으로 앞선 4회 무사 1,2루서 박은준-이재현의 연속 안타로 2점을 보탠 경북고는 상대 투수의 폭투로 3점을 뽑아냈다. 상원고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0-4로 뒤진 4회 2점, 6회 1점을 얻어 4-3까지 추격했지만 경북고 김근석이 7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1타점 적시타를 작렬,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경북고 유격수 정병곤(단국대 1)의 그림 같은 수비는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 3회 1사 1루서 상원고 3번 양준혁의 3-유간 빠지는 안타성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내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유도, 동문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공격에서는 하춘동이 2안타 2득점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고 좌완 윤찬수(한양대 3)가 4-3으로 앞선 6회 2사 2,3루 위기서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날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은 얼굴에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김용국 삼성 코치는 "행사 1주일 전부터 배팅볼을 던지며 준비했다"며 "오랜만에 그라운드에 설 수 있어 너무나 행복했다"고 전했다. 지난 2005년부터 3년째 상경전에 참가하고 있는 삼성 양준혁(38)은 "선후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웃음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최창호 전 LG 투수는 "몸을 제대로 풀지 못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 행사가 양교의 잔치가 아닌 대구지역 야구인들의 축제가 되길 바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경북고 야구부 동문회인 경구회 김영세 사무총장은 "더 많은 프로 선수들이 참가해 큰 잔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김현욱 삼성 코치도 "대구지역 야구인들의 큰 축제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영재 KBO 심판위원은 "너무 감동적이다. 처음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는데 (이)승엽이가 찾아와 힘을 실어줬다. 선배로서 너무 흐뭇하다"고 밝혔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