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이대호를 주목하라’.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야구의 유일한 위안거리는 다름 아닌 이대호(25·롯데)였다. 당시 대표팀은 난적 대만에 이어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마저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며 갖은 망신살이 뻗쳤다. 손민한-류현진-오승환 등 한국야구가 자랑한 투수들이 모두 무너졌고, 야수들도 신예와 베테랑 가릴 것 없이 부진했다. 그 와중에도 이대호만이 고군분투하며 한국야구의 위상을 조금이나마 세웠다. 도하의 충격이 1년 가까이 지난 가운데 한국야구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다음달 1일부터 대만 타이중에서 열리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전은 딱 한 장밖에 배정되지 않은 본선 티켓이 걸려있는 중요한 대회. 무엇보다 도하에서 당한 치욕을 씻어야 할 지상과제가 대표팀에게 주어졌다. 최정예 멤버로 나서는 일본과 홈어드밴티지를 안고 있는 대만은 일찌감치 대회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여 한국으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부담이 크다. 그러나 한국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타선에서 공백이 크게 느껴진다. 중심타선을 이끌어야 할 이승엽(요미우리)은 시즌 내내 앓았던 왼손 엄지 수술로 불참했다. 지난 1999년 서울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5개 대회 30경기에서 타율 2할8푼3리·7홈런·30타점을 기록한 이승엽의 공백은 생각보다 클 것으로 우려된다. “타석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던 김경문 대표팀 감독의 바람도 괜한 것이 아니다. 이승엽만큼 승부처에서 결정타를 많이 친 타자도 없었다. 대표팀은 그 대안으로 베테랑들을 대거 중용할 분위기다. 김동주(두산)·이병규(주니치)·박재홍(SK) 등 이른바 ‘국제용 선수’들을 엔트리에 올렸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 대표팀의 무게중심을 잡아주어야 한다는 판단이 선 모습. 그러나 김동주는 목과 왼쪽 어깨 통증을 호소할 정도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이병규도 전형적인 거포와는 거리가 있으며 이는 박재홍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확실한 승부처에서 상대 배터리를 압박할 수 있는 거포의 존재감이 과거 대표팀과 비교할 때 매우 미미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대호에게 눈길이 가고 있다. 김동주와 함께 중심타선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국제대회에서 일본에 강한 면모를 보여온 김동주가 이미 일본의 표적이 되어 분석된 만큼 집중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동주는 국제대회에서 가장 많은 사사구(16개)를 얻을 정도로 볼도 잘 골랐지만 견제도 많이 받았다. 결국 해결사 몫은 이대호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 국내에서 지독한 견제를 받아 볼넷이라면 이제 치를 떨 이대호에게는 국제대회의 대표팀이 롯데보다도 훨씬 더 좋은 조건이라 할만하다. 이대호는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5경기 모두 출장해 22타수 9안타, 타율 4할9리·2홈런·10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대만전에서도 3루타 하나 포함 4타수 3안타 2득점으로 고군분투했다. 홈런만 있었으면 사이클링히트였다. 일본전에서도 3점 홈런을 터뜨리는 등 중요도가 큰 경기에서도 맹활약했다. 생애 첫 성인 국가대표로서 훌륭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이번이 두 번째인 만큼 이대호에게 더 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결정적으로 아직 군미필인 이대호에게는 병역혜택이 걸려있어 더욱 이를 악물 수 밖에 없다. 이대호는 “내 딴에는 찬스를 즐기는 스타일이다. (이)승엽이 형 몫까지 잘 하겠다”며 “어떻게든 이기겠다. 지면 잠이 안 온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아직 준비기간이 남아있지만 이대호의 마음은 벌써 타이중을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