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가드 출신' 정훈, '유망주' 꼬리표 떼나
OSEN 기자
발행 2007.11.04 09: 02

[OSEN=이상학 객원기자] 우승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하다. 하지만 어둠 속에도 빛은 비치는 법이다. 오프시즌 서장훈과 임재현을 영입하며 단숨에 우승후보로 격상된 전주 KCC. 그러나 시즌 출발이 좋지 못하다. 이제 겨우 7경기를 치렀지만 3승4패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믿었던 서장훈과 임재현의 예기치 못한 동반 부진으로 발목이 잡히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KCC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거액을 들여 영입한 서장훈과 임재현이 부진하지만 오히려 시즌 전만 하더라도 팀의 약점으로 지적된 벤치가 눈에 띄게 강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전 KCC는 주전과 벤치멤버들의 기량 차이가 약점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현재는 오히려 상황이 거꾸로 된 모습이다. 승부처에서도 벤치멤버들이 주전들보다 승부처에서도 더 중용될 정도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만년 유망주’ 정훈(28·200cm)이 자리하고 있다. 어느덧 프로에서 4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정훈은 올 시즌 7경기에서 경기당 7.6분을 뛰며 평균 5.0점·1.3리바운드라는 그다지 돋보이지 않는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2경기에서는 달랐다. 지난 1일 부산 KTF와의 원정경기에서는 12분19초를 소화하며 10점·3리바운드를 기록했고, 3일 서울 SK와의 홈경기에서도 18분53초 동안 15점·3어시스트·2리바운드·1블록슛으로 활약했다. 2경기에서 3점슛 4개를 시도해 모두 넣는 등 야투성공률 72.7%(8/11)를 기록했다. 슛을 주저하지 않고 던진 것이 돋보였다. 고교시절 이한권(전자랜드)-진경석(KTF)과 함께 ‘낙생고 3인방’으로 명성을 떨친 정훈은 이들과 성균관대로 진학한 뒤에도 특급 트리오로 군림했다. 특히 정훈은 2m 장신 가드로 가능성을 보이며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이른바 ‘김주성 드래프트’로 명명된 200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주성(동부)에 이어 전체 2순위로 울산 모비스에 지명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프로에서 어정쩡한 포지션으로 자리를 찾지 못한 정훈은 이듬해 곧바로 TG 삼보(현 동부)로 트레이드됐으며 2년간 상무에서 복무하는 등 곡절의 세월을 보냈다.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지난 시즌에도 KCC로 이적하는 등 방황을 거듭했다.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면서 나이만 들어갔다. 소위 말하는 ‘만년 유망주’였다. KCC 이적 후 껍질을 깨는 듯했으나 그리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다시 한 번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경기에서 활약은 공수 양면에서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쳐 오랜 약점으로 지적된 소극적인 마인드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였다. SK전에서는 잠깐이었지만 방성윤과 매치업돼 골밑 돌파를 블록슛하는 등 안정된 수비력을 선보였다. 공격에서도 충분히 상대 수비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였다. 그것도 타이트한 승부처에서 이뤄진 플레이들이었기에 더욱 고무적이었다. KCC는 아직 어둠을 헤매고 있지만 정훈은 조금씩 어둠에서 벗어날 태세다. 그러나 KCC가 우승후보라는 부담을 떨치고 본 궤도에 오른다면 과연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지가 정훈에게는 관건이다. 정훈에게는 KCC의 시즌 초반 부진이 하나의 기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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