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는 이미 내려졌지만 그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아시안컵 기간 중 대표팀 고참 선수 4명이 현지에서 음주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며 축구계는 큰 충격과 경악에 휩싸였다. 당시 주장으로 출전했던 이운재(34, 수원 삼성)는 우성용(34, 울산 현대) 김상식(31, 성남 일화) 이동국(28, 미들스브러) 등과 함께 술을 마셔 대한축구협회로부터 대표 자격정지 1년을 부여받았다. 지난 2일 대한축구협회 상벌위원회(위원장 이갑진)는 대표 자격정지 1년과 함께 이운재에겐 음주를 주동했다는 이유로 축구협회 주최 경기 3년 출전정지 처분도 함께 내렸다. 나머지 선수들은 2년이었다. 이갑진 상벌위원장은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선도해야 할 이운재가 오히려 음주를 주동했기 때문에 더욱 가중한 처벌을 내렸다"고 징계 수위가 높아진 이유를 설명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으로 당시 아시안컵에서도 승부차기 선방 등 가장 좋은 플레이를 했던 이운재였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그때 한국은 3위라는 저조한 성적에 그쳤지만 강력한 카리스마로 후배들을 독려하는 이운재의 모습에서 팬들은 좌절 속에 일말의 희망을 느꼈던 것도 사실. 그러나 징계를 받은 것은 이운재 등 현역 선수들뿐만이 아니었다. 상벌위는 홍명보 대표팀 코치에게도 선수 관리에 소흘했다는 책임을 물어 엄중 경고조치를 했다. 물론 '엄중 경고'라는 징계 자체가 신상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차세대 유력 지도자 후보로 꼽히는 홍명보 코치는 향후 입지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한때 한국 축구를 대표했던 최고의 선수로서, 지금은 유력한 지도자로서 홍명보 코치는 코칭스태프의 가장 중요한 책무인 '선수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결국 현역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던 이운재와 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줄곧 한국 축구의 얼굴로 대변됐던 홍명보 코치는 이번 음주 파문으로 인해 특유의 카리스마에 흠집을 남길 수 밖에 없게 됐다. 갑작스레 불어닥친 시련. 대표팀에서 불명예스러운 은퇴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이운재와 지도력을 의심받게 된 홍명보가 어떻게 이번 일을 극복할지 주목된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