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야드, 3년의 기다림 끝에 달아오른 '용광로'
OSEN 기자
발행 2007.11.04 16: 12

역시 한국 프로축구 메카다운 열기였다. 원조 '축구특별시' 재건을 부르짖는 포항은 마치 뜨거운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4일 오후 3시 포항 스틸러스가 성남 일화를 상대로 3년 만에 챔피언 도전에 나선 포항 스틸야드는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였다. 전통의 포항 서포터스 클럽 ‘마린스’ 200여 명을 필두로, 해병 부대원과 일반 시민들이 가득 들어찬 스틸야드는 마치 TV 위성중계를 통해 매주 주말 비쳐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그것을 보는 듯했다. 공식 관중수 2만875명. 2000년대 들어 첫 만원 관중이었다. 킥오프 2시간 전부터 입장하기 시작한 관중들은 경기가 시작될 무렵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스탠드를 가득 메웠고, 붉은 물결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스탠드의 경사가 가파른 탓인지 응원 열기는 고스란히 그라운드로 전해졌다. 포항 구단이 처음 창단됐을 때부터 축구팬이 됐다는 김성현(44, 자영업) 씨는 전성기의 옛 시절을 추억하는 듯 아톰스 마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가족을 대동한 채 스틸야드를 찾았다. 김기동의 플레이가 좋아 포항 팬클럽에 가입했다는 심우혁(21, 대학생) 씨도 친구들과 함께 이날 오전 일찍 수원을 출발, 포항 스틸야드로 왔다고 했다. 포항 서포터스 서울지부 회원들도 전세버스를 대절해 포항에 내려왔다. 놀랍게도 프로축구에선 보기 드문 암표가 암암 리에 거래됐다. 1만 2000원에 판매되는 성인 입장 티켓은 3만 6000원, 높게는 4만 원 선까지 뛰어올라 포항 시민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을 대변했다. 정규리그 5위로 가까스로 6강 플레이오프에 올랐을 때만 하더라도 긴가민가했지만 파리아스가 이끄는 포항은 끝내 기적을 연출했다. 그들은 연전 연승으로 챔프 결정전에 진출, 올 시즌 대미를 장식할 주인공으로 부상했다. 80년대와 90년대 한국 프로축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거론됐던 포항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포항의 축구 열기는 스타 부재 등의 이유로 다른 지역에 밀리며 조금씩 사라졌고, 팬들의 관심도 차츰 멀어져 갔다. 하지만 포항은 올 시즌 다시 포스트시즌에 올랐고, 포항 시민들의 든든한 성원과 열기속에 4번째 별★을 가슴에 새길 태세다. 이제 일 주일 뒤 성남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그 결과가 드러난다. yoshike3@osen.co.kr 포항=황세준 기자 storkjo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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