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 초반 기선을 빼앗으면 의외로 쉽게 풀릴 겁니다”. 4일 오후 3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성남 일화와의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포항 스틸러스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초반 흐름’을 강조했다. 암표까지 매매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히려 팬들의 관심이 아니냐며 활짝 웃던 구단 직원은 “초반 흐름을 타면 성남은 아주 무서운 90분을 보내야 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선수들이 몸을 푸는 모습을 벤치 한 쪽에서 지켜보던 성남 관계자는 “분위기에서 포항이 한 발 앞서 있기 때문에 여기에 우리 선수들이 휘말리면 큰일 난다”고 우려섞인 목소리를 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포항의 파리아스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고, 김학범 성남 감독은 “경기 초반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이같은 포항의 장담과 성남의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볼 점유율은 그런대로 비슷했지만 짜임새있는 플레이를 펼친 포항과는 달리 성남의 뭔가 2% 빠진 듯 엉성했다. 설령 패하더라도 ‘가을 잔치’서 할 만큼 했고, 잃을 게 없다는 자신감 때문일까. 포항은 부담없이 필드를 누볐지만 성남은 디펜딩 챔프의 부담 탓인지 90분내내 허둥거렸다. 기싸움에서 포항이 성남에 판정승을 거둔 모양새였다. 체력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으나 분위기와 흐름은 그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반면 성남은 경기 감각 하락에 ‘김상식 파동’까지 겹쳐 한 번 더 어려움을 느꼈다. 결실은 전반 31분 이뤄졌다. 박원재의 기가 막힌 슈팅이 김용대가 지킨 골문을 꿰뚫는 순간 포항 벤치에 있던 파리아스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일제히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후반까지 이어진 흐름 속에 포항은 후반 28분 고기구의 헤딩골과 29분 ‘특급 조커’ 이광재의 득점까지 터져 쐐기를 박고 3-1로 이겨 '기 싸움'에서 승패가 갈렸다. yoshike3@osen.co.kr 후반 포항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고기구(오른쪽)에게 박원재(왼쪽) 등 동료들이 달려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포항=황세준 기자 storkjoo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