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파리아스 축구, 부임 3년만에 만개
OSEN 기자
발행 2007.11.05 08: 00

포항 스틸러스가 '원조 축구특별시' 재건을 향한 거침없는 행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포항은 지난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전반 31분 박원재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후반 28분 고기구의 두 번째 골, 29분 이광재의 쐐기골에 힘입어 종료 직전 장학영이 한 골을 만회하는 데 그친 성남 일화를 3-1로 꺾고 우승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정확히 일주일 후인 오는 11일 성남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있을 2차전에서 0-2 혹은 3골차 이상의 패배만 당하지 않으면 포항은 지난 92년 이후 무려 15년 만에 그토록 기다렸던 4번째 별을 가슴에 새길 수 있게 됐다. 실로 놀라웠다. 올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를 꺾고 6강 플레이오프에 5위로 진입했을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 돌입한 포항은 거침없는 쾌속 행진을 이어가며 어느새 우승 7부 능선을 넘어섰다. '가을의 전설'로 우뚝 서고 있는 포항 축구가 이토록 살아날 수 있던 원동력은 다름아닌 브라질 출신 사령탑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 덕택이었다. 지난 98년부터 2001년까지 약 3년간 브라질 청소년대표팀을 이끌기도 했던 40세의 파리아스 감독은 K리그 데뷔 3년 만에 정상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파리아스 감독이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았던 2005시즌 포항은 A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데 그쳤고 2006시즌에는 K리그 3위에 머물렀지만 올 시즌 파죽지세로 통합 챔피언 등극을 바라보고 있다. 파리아스가 추구하고 있는 축구가 이제서야 활짝 만개했다는 평가다. 자율적이고, 상대적으로 자유스러운 지도 형식에 대다수 축구 전문가들은 의문을 품기도 했지만 파리아스 감독은 주변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차분하고도 고집스레 자신만의 색채를 입혀나가며 포항 축구를 가장 재미있게 만들었다. 또한 매사 긍정적인 한마디 한마디로 수 년간 이어진 부진 속에 패배주의에 젖어있던 선수들에게 해낼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사기를 북돋았다. 설령 패했다 하더라도 모든 책임을 오롯이 자신의 실책으로 돌리는 모습은 다른 팀과는 확연히 틀린 느낌을 주고 있다. 1차전서 디펜딩 챔피언 성남을 꺾은 뒤 파리아스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드디어 4번째 별이 그려지고 있다"는 코멘트를 던져 다시 한번 분위기를 사로잡았다. 이같은 모습에서 선수들의 사기가 올라가고, 팀 성적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파리아스 감독은 올해 말로 포항과의 모든 계약이 종료된다. 이미 결승에 올라있는 올 시즌 FA컵과 더불어 첫 2관왕에 도전하는 파리아스 감독의 재계약은 본인만 수락한다면 별다른 이견없이 이뤄질 게 뻔하다. 포항 고위 관계자는 "파리아스 감독이 만약 시즌 후에도 잔류를 원한다면 구단으로서는 언제든 OK사인을 낼 준비가 돼 있다"면서 "명가 재건을 준비하는 우리로선 파리아스 감독이 원하는데 굳이 사령탑 교체를 할 필요가 없다"고 재계약 의지를 피력했다. 비록 스타 플레이어 출신도 아니요, 지도자 경력이 풍부한 것도 아닌데다 특출나게 화려한 선수층을 갖춘 것도 아니지만 조금씩 자신만의 축구를 완성해 나가는 파리아스 감독. 초록 그라운드에서 만들어가는 파리아스 감독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어떤 결말로 매듭이 지어질까. 포항 팬들은 요즘 살 맛 난다. yoshike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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