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달에 가는 시대에 차별이 있을 일인가?". 차별을 딛고 끝까지 한국 국적을 지킨 일본 프로야구 유일의 3000안타 타자 장훈(67) 씨가 재일교포의 참정권을 청원하는 강연으로 재일교포 차별 철폐를 주장했다. 장훈 씨는 지난 4일 일본 돗토리 현에서 열린 '영주 외국인 지방참정권 심포지엄'에 강연자로 나서 "인간이 달에 가는 세상에 차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본) 영주권은 있지만 참정권은 조국(한국)에도, 일본에도 없다"란 연설로 자신을 포함한 재일교포의 현실을 지적했다. 영주 외국인의 지방 선거 참정권은 일본 내에서도 첨예하게 대립 중인데 '납세의 의무를 지고 있는데 지역의 사안에 대해 발언권을 주지 않는 것은 모순'이란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우익 세력은 '참정권을 갖고 싶거든 귀화하면 될 일'이라고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갈수록 '재일교포가 일본 국민은 아닐지언정 일본 주민은 맞다'란 주장이 명분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훈 씨가 나서서 재일교포의 설움을 대변한 셈이다. 심포지엄을 취재한 (한국의 동해를 일본은 이렇게 부른다)에 따르면 장훈 씨는 강연 중에 "어린 시절 화재 사고를 당해 오른손 손가락(일부는 서로 붙고 일부는 휘어져)을 못 쓰게 됐지만 한국인이란 이유로 치료에 차별을 받았다. 어머니의 헌신적 간호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나서도 오른 손가락을 쓸 수 없었기에 (좌타자로 전향하는 등) 남보다 몇 배 더 노력했다"라고 3000안타를 이루기까지의 말 못할 고생담을 들려줬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