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일화의 패배를 가장 쓰라리게 받아들인 이는 아무래도 '식사마' 김상식(31)일 것 같다. 지난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성남은 홈팀 포항 스틸러스에 거의 일방적으로 밀리며 1-3으로 완패, 오는 11일 2차전이 상당히 부담스럽게 됐다. 아시안컵 기간 중 이운재(수원) 우성용(울산) 이동국(미들스브러)과 함께 음주 파문을 일으켜 대한축구협회 상벌위원회(위원장 이갑진)로부터 1년 대표 선수자격 정지와 협회 주최 대회 2년간 출전 금지, 40시간 사회봉사의 중징계를 받은 김상식은 다행히 K리그 출전정지 처분은 받지 않았다. 이날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김상식은 주장 완장을 차고 90분 풀타임을 누볐지만 심리적인 압박감과 부담감 탓인지 예전만큼의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고, 팀의 패배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술 기운에 축구를 하느냐"는 포항 팬들의 거센 야유 속에 그라운드에 들어선 김상식은 후배들을 독려하며 여러 차례 포항 미드필드와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으나 뭔가 무거운 짐에 눌린 듯 위축감에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이로써 김상식은 역시 같은 파문을 딛고 지난달 31일 K리그 플레이오프에 출전했다 비참한 패배를 맛본 이운재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 셈. 팀 주장으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경기기가 끝난 뒤 라커룸으로 돌아가는 김상식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김상식 출전 문제는 협회 징계가 내려온 뒤 생각할 문제였다"며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전했지만 아무래도 선수단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만은 틀림없었다. 함께 물의를 빚은 이운재와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게 된 김상식. 물론 한 경기 만에 자신의 올 시즌을 불명예스럽게 마친 이운재의 경우보다는 낫지만 다가올 2차전은 김상식의 마음과 몸을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