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겉도는 드라마, 혹시 연장했나요?
OSEN 기자
발행 2007.11.05 10: 12

“보일락 말락~.” 꼬마 아이들까지 하는 인기 광고 카피다. ‘터질락 말락~.” 연장이 결정된 드라마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갑갑한 속내다.
주말 안방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붙들어 매고 있는 두 인기 드라마가 그 인기 만큼이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SBS TV ‘황금신부’와 KBS 1TV ‘대조영’이 그것이다. 두 드라마는 시청률이 20~30%에 이르는 인기드라마다. 그리고 최근 연장이 결정됐거나 이미 원 방송분량을 다 채우고 한참 연장이 진행중이다.
‘황금신부’는 당초 50부작을 기획했다가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내년 2월까지 연장을 결정했다. 연장 횟수도 정확히 정해진 게 없다. 적게는 14회에서 많게는 20회가 더 늘어난다. “연장을 해도 소화할 이야깃거리가 충분하다”는 판단에 근거했다.
하지만 ‘황금신부’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몇 가지 ‘흥행 요소’가 계속해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준우(송창의 분)와 진주(이영아 분)의 갈등요소가 그 하나이다. 둘 사이의 가장 큰 장벽이었던 준우의 마음이 이미 활짝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진주는 끊임없이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준우의 대학후배이자 회사 동료인 인경(공현주 분)이 진주의 연적으로 등장하면서 알맹이 없는 내적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준우를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었던 지영(최여진 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옛 애인인 준우와의 관계가 폭로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지영의 고민은 몇 주 째 계속되고 있다. 밝혀질 듯 말 듯한 비밀이 지치도록 느린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지영의 몰락을 불러올지도 모르는 이 부분은 사실 극의 하이라이트나 다름없다. 쉽게 뚜껑을 열어젖히지 못하는 제작진의 심정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지만 왠지 그 원망의 눈초리가 ‘연장 결정’에 자꾸 쏠리는 이유는 뭘까.
‘황금신부’보다 더한 드라마는 ‘대조영’이다. 한 국가를 세우는 일이 단순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대조영(최수종 분)의 시련은 “마치 양파껍질 같다”는 볼멘소리를 듣고 있다. 당초 100회를 기본으로 기획됐던 ‘대조영’은 지난 주말 119, 120회가 방송됐다. 양파껍질 까듯 풀릴 듯 막히기를 반복해 이제야 발해 건국의 밑그림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올 연말까지 총 136회가 방송되기로 결정된 ‘대조영’은 “봄에도 (옥에) 갇혀 있더니 여름에도 갇혀 있고, 가을이 돼도 여전히 쫓기고 있더라”는 일부의 원망을 들어야 했다.
‘황금신부’와 ‘대조영’은 최근 연장이 결정된 또 다른 드라마 ‘며느리 전성시대’(KBS 2TV)와는 상황이 다르다. ‘며느리 전성시대’는 처음부터 딱 부러진 결론을 염두에 뒀거나 결말을 예측할 성질의 드라마가 아니다. 그냥 새로운 에피소드만 추가하면 얼마든지 연장이 가능한 시추에이션드라마의 성격이 짙다. 하지만 ‘황금신부’나 ‘대조영’의 경우는 좀 다르다. 비교적 뚜렷하게 정해진 길이 있는 드라마다. 정해진 결론은 변함없는데 중간 과정만 한없이 늘어나다 보니 시청자들에게 ‘답답한 전개’의 느낌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숨가쁘게 달리던 드라마가 어느 순간 전개가 느려질 때, 별 생각 없이 이런 말을 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혹시 연장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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