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K리그, '날갯짓'에 매료되다
OSEN 기자
발행 2007.11.06 08: 16

지난 시즌 K리그는 중앙 미드필더들의 시대였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지단, 피를로, 가투소, 카카, 에시엔 등 중앙 미드필더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계기. 이들의 자로 잰 듯한 패스와 돌파, 여기에 슈팅력은 전세계 축구팬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와 동시에 국내 중앙 미드필더들의 기량도 급상승하면서 중앙 미드필더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 예전부터 K리그의 스타였던 김두현(성남), 이관우, 백지훈(이상 수원) 등은 지난 시즌을 통해 더 큰 관심을 받았으며 김기동(포항), 김상식, 손대호(이상 성남) 등도 새롭게 조명을 받았다. 대표팀 역시 관심의 초점은 중앙 미드필더의 포진이었다. 투 볼란테(수비형 미드필더)냐, 원 볼란테냐를 놓고 많은 논란이 오갔다. 박지성(맨유)의 포지션에 따른 중앙 미드필진 구성 역시 축구팬들의 큰 관심사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올 시즌은 지난 시즌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올 시즌 K리그는 휩쓸고 있는 태풍의 진원지는 바로 '날개'들인 것. 각 팀들은 막강한 허리를 구축한 팀들을 공략하기 위해 사이드로 눈을 돌렸고 이 과정에서 좋은 날개 자원들이 대거 나타났다. 지난 시즌 말미 전북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던 것은 염기훈과 김형범으로 이어지는 좌우 날개였다. 염기훈과 김형범은 스피드와 개인기를 앞세운 저돌적인 돌파와 좋은 킥력으로 한국 축구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둘의 2006 시즌 막판 대활약이 2007 시즌 날개들의 태풍에 신호탄이 된 것이었다. 전북 양날개의 활약을 계승한 선수는 바로 이근호(대구)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인천에서 대구로 둥지를 옮긴 이근호는 축구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올림픽대표팀에서 맹활약한 그는 소속팀 대구에서도 최전방 공격수와 윙포워드를 오가며 27경기서 10골 3도움을 기록했다. 이근호는 이런 활약에 힘입어 아시안컵 대표팀에 선발되기도 했다. 이근호와 더불어 올림픽대표팀의 젊은 날개들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김승용(광주)과 이승현(부산)을 비롯해 청소년대표 멤버였던 이청용(서울)과 이상호(울산) 등도 올림픽팀에 합류했고 K리그에서도 맹활약했다. 이같이 올 시즌 전체를 뒤덮은 날개들의 맹활약의 백미는 바로 플레이오프에서의 포항 스틸러스다. 포항은 '강철날개' 박원재와 최효진을 앞세워 경남, 울산, 수원을 차례로 격파했다. 이 둘이 공격에 비중을 두고 플레이하자 상대 사이드 수비수들은 공격에 나서지 못하고 수비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수원과의 플레이오프과 성남과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포항산 강철날개의 만점 플레이를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시즌 내내 좋은 날개 자원들의 날갯짓에 매료됐던 K리그. 이제 남은 한 경기에서도 날개들의 좋은 경기력을 기대해본다. bbadag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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