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해진' 현주엽의 간절한 우승 소망
OSEN 기자
발행 2007.11.06 08: 56

[OSEN=이상학 객원기자] 3년 전 프로농구의 화제는 ‘날씬해진 하마’ 현주엽(32·195cm)이었다. 당시 부산 KTF 소속이었던 현주엽은 체중을 10kg 정도 빼고 결연한 의지로 코트를 누볐다. 그 때 그 시절 현주엽에게는 동기 부여가 확실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두 번째 시즌으로 FA 자격 취득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결국 화려한 부활과 함께 생애 첫 6강 플레이오프 코트를 누빈 현주엽은 시즌 후 창원 LG로 이적하며 FA 대박을 터뜨렸다. 그 현주엽이 다시 살을 쫙 뺐다. 또 한 번 10kg 정도 감량하고 코트를 누비고 있는 것이다. ▲ 우승의 꿈 휘문고 시절 현주엽은 당대 최고의 농구선수였다. 1993년 겨울, 현주엽의 고려대 진학 결정이 스포츠신문 1면을 장식할 정도로 덩어리가 큰 유망주였다. 그러나 좀처럼 우승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고려대 시절 전희철·김병철·신기성·양희승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과 함께 했지만 유독 농구대잔치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고, 프로 진출 후에도 플레이오프 진출 2회가 고작이었다. 우승은 커녕 챔피언 결정전에도 오르지 못했다. 지난 시즌 4강 플레이오프가 가장 우승에 근접한 성적이었다. 현주엽은 이른바 ‘마지막 승부’ 세대 중 하나다. 그 때 그 시절 농구대잔치를 누빈 대학스타들은 모두 우승을 한 번 이상씩 차지했다. 전희철(SK)과 김병철(오리온스)은 2001-02시즌 대구 동양(현 오리온스)에서 함께 우승의 기쁨에 눈물을 훔쳤고 우지원(모비스)도 바로 지난 시즌 프로 데뷔 10년 만에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현주엽은 고려대 1년 선배 양희승과 함께 마지막 승부 세대 중 유이하게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한 선수다. 현주엽의 명성에 비하면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4일 서울 SK와 원정경기에서 현주엽은 올 시즌 가장 많은 36분51초를 뛰며 20점·9리바운드·6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골밑에서 누비는 시간이 조금 더 많아졌고 특유의 센스 넘치는 패스워크는 여전했다. 경기 후 현주엽은 밝은 표정을 잃지 않으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웬만한 선수들은 모두 프로에서 우승했는데 난 아직도 못했다. 나이가 들면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우승하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어느덧 우리나이 33살이 된 현주엽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자각하고 있는 것이다. ▲ LG의 현주엽 현주엽은 올 시즌 7경기에서 평균 23.6분을 소화하며 평균 9.4점·4.3리바운드·3.4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주전으로 출장한 경기는 한 게임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5월 수술받은 왼쪽 무릎의 상태가 아직 완전치 않은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가드들을 중심으로 템포 바스켓을 펼치는 LG 팀컬러에서 현주엽의 위치가 애매한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4일 SK전처럼 팀 공격의 선봉에 선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내외곽을 넘나드는 득점원으로 활약하며 간간이 동료들에게 빼주는 패스가 한층 위력적이었기 때문이다. 현주엽은 “우리 선수들이 모두 공격력이 좋기 때문에 골밑이 안 풀리면 골밑에서 플레이하고, 외곽 공격이 안 좋을 때는 외곽에서 플레이할 수 있게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외국인선수가 한 명만 뛰는 2~3쿼터에서 현주엽은 여전히 힘과 테크닉에서 웬만한 젊은 빅맨들을 압도할 만한 능력을 갖고 있다. 지난 10월 23일 대구 오리온스전에서 이동준을 농락한 바 있다. 게다가 13차례 3점슛을 시도해 7개를 넣었을 정도로 외곽슛 감각도 괜찮다. 올 시즌 야투성공률도 52.2%로 상무에서 복귀한 이후 가장 높다. 올 시즌 다시 살을 뺀 현주엽은 “몸이 많이 좋아졌다. 지난 시즌에 비해 몸놀림도 가벼워졌다”고 밝혔다. 공수전환이 빠른 팀컬러에 녹아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공교롭게도 2004-05시즌 KTF 시절에도 현주엽은 날렵해진 몸놀림으로 트랜지션 게임도 무난히 소화한 바 있다. 그 시절 여러 가지로 동기 부여가 철저했던 현주엽은 팀을 자신에 맞췄다. 어느덧 노장이 되어가고 있는 올 시즌 현주엽은 더 이상 팀을 자신에 맞출 것이 아니라 팀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는 동기 부여로 다시 몸을 날렵하게 만들었다. 현주엽은 우승이라는 비전을 향해 그 힘들다는 ‘체중 줄이기’를 실행으로 옮겼다. 간절한 우승의 꿈을 위해 현주엽의 LG가 아니라 LG의 현주엽이 되기로 한 것이다. 올 시즌 현주엽을 다시 한 번 주목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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